작년에 쌓인 낙엽 위에 뿌려진 잔설 사이로 뽀얗게 고개 내미는 변산바람꽃, 한국특산종으로 부안 변산에서 처음 발견, 변산바람꽃으로 명명되어 지금은 여러 곳에서 자생하는데 진안까지 시집을 왔다고 할까.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작은 꽃은 평평한 땅을 원하거나 말끔한 자리를 원하지도 않는다. 평탄하지 않은 주위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한 강단진 몸짓은 가녀린 생김새와 영 다르다.
바닷가 외딴마을에 살고 있는 착한 어부에게는 수다쟁이 마누라와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다. 가난하지만 단란한 이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이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파산된 고깃배의 흔적만 물결위에 바람 따라 흘러들자 수다쟁이 어미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울부짖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저만큼 떨어져 사는 털보아저씨와 바람이 난 어미는 자고 있는 아이 머리맡에 시집올 때 입었던 저고리 하나 달랑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어미냄새 배인 저고리를 끌어안고 바닷가로 나가 해가 지고 밤이 되고 아침이 오는 것도 잊은 채 어미아비가 사라진 바다만 바라보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피어났다는 전설을 가진 변산바람꽃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피어난다는 꽃이 어떻게 깊은 골 마이산까지 와서 바위를 보며 피어나는 걸까. 경사진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혼자서 외롭게 또는 모둠모둠 다정한 모양새로 피어나고 있다.
이용미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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