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사라질 변산바람꽃 피어나다
바람처럼 사라질 변산바람꽃 피어나다
  • 한성천
  • 승인 2011.03.10 18: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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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영등할미바람이 차다. 그 바람에 피어나 햇볕 따스해지면 그 바람 따라 사라질 ‘변산바람꽃’이 마이산 자락 한 자리를 차지해서 막 피어나고 있다.

작년에 쌓인 낙엽 위에 뿌려진 잔설 사이로 뽀얗게 고개 내미는 변산바람꽃, 한국특산종으로 부안 변산에서 처음 발견, 변산바람꽃으로 명명되어 지금은 여러 곳에서 자생하는데 진안까지 시집을 왔다고 할까.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작은 꽃은 평평한 땅을 원하거나 말끔한 자리를 원하지도 않는다. 평탄하지 않은 주위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한 강단진 몸짓은 가녀린 생김새와 영 다르다.

바닷가 외딴마을에 살고 있는 착한 어부에게는 수다쟁이 마누라와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다. 가난하지만 단란한 이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온 건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이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파산된 고깃배의 흔적만 물결위에 바람 따라 흘러들자 수다쟁이 어미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울부짖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저만큼 떨어져 사는 털보아저씨와 바람이 난 어미는 자고 있는 아이 머리맡에 시집올 때 입었던 저고리 하나 달랑 남겨두고 떠나버렸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어미냄새 배인 저고리를 끌어안고 바닷가로 나가 해가 지고 밤이 되고 아침이 오는 것도 잊은 채 어미아비가 사라진 바다만 바라보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피어났다는 전설을 가진 변산바람꽃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피어난다는 꽃이 어떻게 깊은 골 마이산까지 와서 바위를 보며 피어나는 걸까. 경사진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혼자서 외롭게 또는 모둠모둠 다정한 모양새로 피어나고 있다.

이용미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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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미 2011-03-14 16:28:00
설마 했는데 정말 읽어 주셨네요. 고맙습니다. 마이산에 오신다면 당연하지요. 안내와 설명 책임지겠습니다.
이재용 2011-03-12 23:09:00
어제 이꽃의 꽃말이 애뜻한 사랑이라고 하면서 이 꽃의 전설을 미리 말씀해 주셨죠,,기억나세요..먼저 비밀을 안 사람처럼 기자님의 윗글을 보니 왠지 친근감이..좋은 추억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나중에 집식구랑 가면 마이산 해설좀 부탁드려도 될까요..건강하시고 좋은 소식 많이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