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 승객은 “없는 사람은요, 원래 ‘나 돈 없는 가난뱅이요.’하덜 못해요. 그걸 감출라고 허지. 아무 소리 못허고 천 원 내지요. 근디요, 톡 까놓고 말허자믄요, 시민 위해 나온 차들이 차비는 왜 천 원씩 받냐고요. 버스카드로 타먼 950원이잖요.”하면서 카드라고는 버스카드 하나 갖고 사는데 그마저 못 쓰게 될 때 속으로 짜증이 난다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이해될지 모르겠지만 “가난한 사람의 50원은 부자의 50만 원보다 더 크요.”라고 한다.
옆에 앉은 한 할머니는 “아이고! 이 늙은이는 차 지다리는디 넌더리가 났어. 50원 귀헌 줄은 나도 알지만 50원이 아니라 500원이라도 더 주고 차나 빨리 탔으먼 좋겄어.”라고 하신다. 연세가 많은데도 잔돈푼이나마 벌겠다고 시장에 나오는데 시간 맞춰 나와도 30분내지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버스를 탈 수 있어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아주머니 한 분은 “차가 잘 안 오니까 무조건 타서 갈아타는데 그러면 꼼짝없이 이천 원이 들고 말아요. 차만 제 때 오면 950원 들을 걸 2,000원이나 주고 타면 속상하죠. 버스비가 많이 들어요.”한다. 이어 한 여대생도 “별 생각 없이 탔다가 카드 사용이 안 되니까 불편해요. 잔돈일 경우 950원을 받던지 50원을 거슬러주면 안 될까요?”라며 “50원 갖고 따진다는 건 창피할 것 같아 말도 꺼낸 적 없지만 생각해보면 좀 잘못된 것 같다”고 한다.
뒤에서 하는 얘기에 버스기사가 말을 보탰다. “지금 시민들은 이중 삼중으로 손해를 보는 거예요. 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버스회사 보조금 주죠. 우리 같은 기사나 도우미 임금 주죠. 시간 손해 보죠. 50원도 더 내죠. 환승 때 더 내죠. 올같이 추운 날씨에 말이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이 죄인이죠.” 버스기사의 말에 여기저기서 공감을 한다.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날, 언제 올 줄 모르는 버스를 마냥 기다려 타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얼마나 마음이 쓰라린지. 얼마나 슬퍼지는지. 버스에 서서 이리 밀리고, 저리 흔들리는 고통은 차라리 낙이다. 몇 푼 벌겠다고 꾸부정한 허리로 짐보따리 끌고 타는 사람, 관절통으로 절룩거리며 떠나는 버스 향해 ‘나좀 태워달라’ 손 흔들며 따라 뛰는 사람 등등을 생각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자가용을 타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정작 버스파업 사태를 해결할 능력자들은 자가용을 타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런 고통을 오래 끄는 것이다.
버스파업이 계속 되는 한 이런 일은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을 힘들게 할 것이다. 유난히 독한 꽃샘추위가 50원을 아껴야 하는 사람들, 부자들의 볼모로 잡힌 서민들의 가슴팍을 후빈다.
김춘자 도민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