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할 수 있어 고맙지요"
"아직도 일할 수 있어 고맙지요"
  • 한성천
  • 승인 2011.03.0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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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8년? 아니 8년째네요.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고맙지요”

복도식 아파트의 긴 복도에 비눗물을 뿌리고 있는 B아파트 청소원 손영자(68)할머니를 만났다.

까맣게 염색한 머리와 젊어서는 ‘인물 좋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은 큰 키와 흰 피부가 그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다. 매번 물청소를 할 수 없으니 비눗물을 뿌리고 애벌닦기를 한 후 다시 한 번 닦는 일을 매일 하고 있다고 했다. 많이 풀린 날씨이긴 하지만 찬물을 만진 손은 빨개져 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 반 퇴근 때까지 8명이 15층 아파트 10동을 청소하기에는 벅찰 텐데도 이젠 요령이 생겨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손할머니가 이 아파트의 청소원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8년 전이다. 병이 난 남편을 돌보며 남편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이 일을 맡게 되었을 때는 늘 하던 청소니까 할 만하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집안청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긴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아무리 빨리 한다고 서둘러도 하루해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여름이면 비 오듯 쏟아지는 땀과 겨울이면 손이 쩍쩍 갈라지는 추위에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보니 일의 요령은 물론 이젠 일을 마치고 동료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주민들이 트집을 잡아 난처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지만 이 아파트주민들은 그런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고 했다.

“뭘 더 바라겠어요. 일요일은 쉴 수 있고, 많지는 않지만 매년 조금씩이라도 오른 월급을 꼬박꼬박 받으니 자식들 도움 받지 않고도 떳떳하게 살 수 있어 그저 고마울 뿐 이지요.”

여러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실태와 애환을 각종 매체를 통해 듣고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가까이에서 지켜본 다른 경우의 예라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손할머니의 바람이 그대로 이어졌으면 싶다.

이용미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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