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월 스무날 무사무탈 깨끗한 사람으로 일찌감치 정해진 제관 구판석(73세)옹과 부인, 이 마을 이장 최판술(75세)옹 3인은 일주일 전부터 외부인과의 접촉을 끊고 금기를 지키며 목욕재계를 해 왔다고 한다.
매년 음력 정월 열나흘 저녁 마을뒷산 두 그루 소나무 아래서 산신제를 올리고 내려와 마을 앞에 있는 당집 고당에서 올리는 당제로 오랜 동안 이어져 오는 마을의 민속신앙이라 할 수 있다.
300년 전쯤 선녀가 이 마을에 내려와 터를 닦아 집을 짓고 살았다는데서 유래하며 마을 이름 ‘원고당’ 또한 거기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 당할머니가 모셔진 고당은 나지막한 돌담을 겹으로 쌓고 그 안에 벽돌기와 맞배지붕 한 칸의 목조건물로 기우뚱하니 허술하지만 깨끗이 청소된 주변과 부정을 막기 위한 금줄은 함부로 범접할 수없는 위엄을 보였다.
입구의 담 위에 높이 세웠다가 분실을 막기 위해 제단 앞쪽으로 옮겼다고 하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쪼그려 앉은 모습을 한 자연석 또한 묘한 신비로움을 느끼게 했다.
제관은 마을기금으로 직접 장보기를 하고 그 부인은 음식의 간을 보지 않고 정갈하게 제물을 준비해서 오후 4시가 되면 마을이장과 셋이 산제당에 올라 제를 올리는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비는 소지와 집집의 소망을 담은 각각의 소지를 올린 후 내려와 당집에서 2차 당제를 올리게 된다.
제물로는 양초 한 자루를 중심으로 술과 포 돼지머리와 삼실과, 솥단지와 시루 채 올리는 밥과 떡, 세 가지 나물이 올려 지는데 산신제서 썼던 것을 그대로 올린다.
40여 호가 살았을 때도 제를 올리는 사람은 3인이었지만 그때는 산신제를 올리고 당집으로 내려오는 동안 풍물패가 풍물을 울렸다고 하는데 젊은이가 없는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었다.
제가 끝난 후엔 마을회관에서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공동식사를 했는데 그 준비와 마무리 역시 어르신들 몫이었다.
이용미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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