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 승인 2005.12.2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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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제의 제목이 좀 황당하다. 스님은 불교이고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이르는 종교적 의미를 각각 내포하고 있기때문이다. 또 불교는 불교요 기독교는 기독교로서의 다른 교리와 종교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기독교와 불교의 이같은 깐깐한 평행선이 그런 상징적 관계를 더 고착시켜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딱딱한 고정관념이 한국의 불교와 기독교간에 상당히 이완되고 있음을 보아오고 있다. 강원도 치악산에 있는 어느 산사(山寺) 사천왕문 앞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져 있다 하고 대구 수성동의 고산성당 정홍규 신부는 봉덕동의 은적사 허운 스님을 찾아 생전 허물없는 친구처럼 웃음꽃을 피우며 담소를 나눴다고 신문이 전한다. 허운 스님과 정홍규 신부는 매년 석가탄일과 크리스마스날 서로 절과 성당을 오 가며 우의를 다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은 석가탄신일에는 법당에 가서 108배 하는 신부님이 되고 크리스마스날엔 성당 마당에 트리 밝히는 스님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법당에서 축사를 하고 성당에서 법문을 외우는 법례를 상호 교환하는 것이다.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박애, 그리고 그 무궁무진한 진리를 서로 교환하며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이른바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가 추구하는 공통의 종교적 이념이며 그 요체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이러한 기운이 우리 사회 종교 일각에서 일고 있다. 김수한 추기경이 얼마전 서울 시내에 있는 길상사 봉축행사에 참석하고 길상사의 법정 스님이 명동 성당으로 찾아가 부활절 예배를 드린 것 등은 그동안 우리 나라 종교계가 이단의 갈등에서 벗어나는 대화합 종교로서의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예다.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다. 멀리 인류구원을 위해 예수는 탄생하였건만 오늘의 세계는 아직도 전쟁과 빈곤과 재앙의 혼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 구원의 길을 찾고 더 중생제도를 위한 종교적 신심을 우리 사회 깊숙히 부양할 필요가 있다.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는 이런 의미에서 어떤 희화적 의미가 아닌 우리 사회 참 종교상을 구현하는 구도자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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