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이웃 집안의 숟가락이 몇 갠지 훤히 알고 있듯이 서로 잘 알고 있는 정착촌락 사회에서 본 얼굴을 속이는 화장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화장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자연을 개척하고 이동성이 강한 서양문화는 얼굴도 개척, 인공적으로 미를 만들어가기에 화장문화가 잘 발달한 것이다.그런데 자연에 순응하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부정하던 우리의 전통화장문화가 근세에 들어 바뀐 것이다.
▼화장품 소비현황을 보면 화장률이 선진국보다 앞서고 있다는 게 화장품업계의 분석으로 가히 화장률을 짐작 할 수 있다. 실제 타고난 얼굴보다 만들어 진 얼굴을 가장 많이 지니고 사는 국민이라는 얘기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외모를 가꾸는데 쓰는 이·미용 장신구 비용이 월 평균 6만여원에 이른다.
▼요즘은 남성들도 외모 가꾸는데 여성 못지않고 있다. 외국의 화장품회사들이 우리 나라 화장품 시장을 집중 겨냥하는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이나 신문을 구입하는 데는 인색해도 외모손질에는 후하다.
▼아무리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진정한 미라고 외쳐도 눈에 보이는 외모가 그럴 듯 해야만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외모를 가꾸는데 소홀할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다 보니까 책 등을 통해서 교양이나 덕의 축적에 의한 마음의 화장을 상실하고 인공적 외모로 가치관을 판단하는 사회풍토가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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