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조기유학
  • 승인 2006.01.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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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사전에 유학에 대해 두가지를 써놓고 있다. 하나는 외국에 머물러 있으면서 공부하는 유학(留學)이며 하나는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공부하는 유학(遊學)이다. 전자인 외국에 머물러 공부하는 것은 해외유학이다. 후자인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공부하는 것은 시골에서 서울 등 도시학교로 진학 공부하는 경우다. 국내는 전국이 1일 생활권에 있는 터라 굳이 서울에서 공부한다고 해서 유학이라고 하기 뭣 하지만 외국으로 나가 공부하는 경우는 좀 다르다.

▼해외유학은 엄청난 경비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항공료나 체류비(하숙비), 학비 등 가난한 사람들에겐 엄두도 못낸다. 그래서 왜정 때 일본 유학을 보내는 학생은 모두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예외도 없는 건 아니다. 돈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악착같이 일본에 건너가 돌을 깨물며 독학으로 뜻을 이룬 해외유학파도 있었다.

▼이제는 해외유학이 보편화되어 있는 세상이다. 돈 있고 여유있는 집안에서는 아이들 재능만 어지간하면 해외유학을 보낸다. 그것도 어릴 때부터다. 이른바 조기유학이다. 생활이 좋아진 탓인가. 국제화에 따른 시대의 조류인가.옛날엔 가난하지만 머리 좋은 학생이나 특출한 환경의 학생만이 대학진학을 위한 해외 유학이 있었을 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작년 발표한 초,중,고교생의 해외유학이 최근 6년간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1562명에서 불과 몇년 사이 1만6446명으로 무려 10,5배가 늘었다. 여기에 2005년도 통계가 합치면 더욱 늘어날 것이 뻔하다. 해외유학 경비도 엄청나다. 3억5천만 달러로 우리 돈 3조4천억원이다.작년 교육예산을 넘고 있다.

▼지난 79년 우리나라 문교예산이 1조원에도 못미친 8천763억원이었는데 반해 그해 초,중,고생들의 과외비로 쏟아부은 돈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오직해야 "과외망국론"이 나왔을까. 이제는 과외도 약과다. 직접 해외로 빠져 나가니 이런 교육 불균형이 어디 있는가. 결국 가진 사람들의 행태도 행태이거니와 한국 공교육의 불신이라는 현실이 이같은 조기유학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는 데서 우리 교육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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