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시인 ‘순한 먼지들의 책방’…’…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움튼 생명을 응시
정우영 시인 ‘순한 먼지들의 책방’…’…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움튼 생명을 응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3.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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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먼지들의 책방(창비·1만원)

 올해로 등단 35년을 맞은 정우영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순한 먼지들의 책방(창비·1만원)’이 출간됐다.

 6년 만에 펴낸 시집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 필연과 우연, 있음과 없음, 세계 안과 세계 밖 같은 궁극의 문제들”(소종민, 해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사색의 세계를 펼친다.

 삶의 정경을 바라보는 선한 마음과 애틋한 눈길, 뭇 존재에 대한 깊은 연민이 서린 맑고 투명한 시편들이 아름다운 잔상을 남긴다. ‘햅쌀보다 맛나고 다디단 햇살’을 ‘햇살밥’이라 노래하는 모습이나 낡은 벤치에 앉아 졸고 계신 할머니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읽어내려가는 시선에서 알 수 있다.

 속도에 역행하는 듯 느리고 편안한 자신만의 언어로 저마다 사연이 있는 인생을 펼쳐내는 솜씨와 그 서정적 깊이가 놀라움을 선사한다. 시인의 노래처럼 “바람결조차 불안한 팔십년대” 자신을 비우고 덜어 자리를 내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무엇보다 ‘시는 삶’이라는 믿음을 견지하며 시와 삶과 세상을 받드는 시인의 겸손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가 신뢰를 준다.

 정 시인은 1989년 ‘민중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집이 떠나갔다’, ‘살구꽃 그림자’, ‘활에 기대다’, 시평 에세이 ‘이 갸륵한 시들의 속삭임’, ‘시는 벅차다’, ‘시에 기대다’ 등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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