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이 쓴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길 위의 철학자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이 쓴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3.0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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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다차원북스·1만8,000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더 중요하다. 행복이나 근심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똑같이 다가오려 하는데, 행복을 보고 끌어안는 사람도 있고, 습관이 되어 슬픔이나 근심을 먼저 보고 끌어안는 사람도 있다. 지금이라도 행복에 관심을 기울이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걷기전도사이자 문화사학자인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이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에 대해 논하고 답한다.

 독일의 철학자인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세상의 본질을 욕망, 추구, 노력, 신념 등을 포함한 개념인 ‘의지(Will)’로 파악했으며, 모든 존재는 이 의지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고 보았다. 그의 철학은 프리드리히 니체, 프로이트, 칼 융 등의 철학자와 심리학자, 많은 문학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에 신정일 작가가 펴낸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다차원북스·1만8,000원)’은 이 세상을 사는 데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에 신 작가는 “어떤 사람은 ‘성실’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겸손’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진정성’이라고 한다”며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연과 인간에 대한 ‘예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고 말한다.

 그의 말마따나 저마다 공부하는 영역이 다르고,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의 모든 문장이 신기하게도 가슴 속에 알알이 박히는 것은 책상머리에서의 공부라기 보다는 척박한 길 위에서 체득한 경험이 쇼펜하우어의 인생처세 철학과 버무려져 진가를 발휘하는 까닭이다.

 “화를 잘 내는 것도 습관이다. 사람이 평생 화를 안 내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 화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화가 나면 그 화에 정신을 송두리째 맡겨 갈 데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자신이 화가 난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욱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내가 또 화를 내는구나’ 하고 잠깐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화를 다스리는 법」중에서)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돈, 건강, 명예 등 그 무엇을 갖지 못했을 때의 ‘결핍’과 그 무엇을 갖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한 사실, 또 그 일을 이루고 싶은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결핍과 욕망으로 인해 우울과 낙담에 빠지고 불행을 느낀다.”(「소유하지 못했을 때의 우울」중에서)

어느덧 독자는 오래도록 찍은 길 관련 80여 컷의 사진과 함께 쇼펜하우어, 그리고 작가의 인생철학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된다. 

신정일 작가

 신정일 작가는 “열일곱 살에 니체를 통해 처음 접하고 사숙했던 쇼펜하우어의 ‘크고 넓은 사상’을 두고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펴내는 마음이 묘하면서도 설렌다”며 “이 책 역시 머리말 제목처럼 온전하지 않지만, 온전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의 여러 가지 이야기로 읽어주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저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며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다.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한국 10대강 도보답사를 기획하여 금강·한강·낙동강·섬진강·영산강 5대강과 압록강·두만강·대동강 기슭을 걸었고,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삼남대로·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했다. 최근작으로 ‘신정일의 신 택리지 : 명당과 길지’, ‘아직도를 사랑하는 까닭은’ 등 11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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