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잇는 나무 인문학, 이흥재 작가가 쓰고 강석태 작가가 그린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관계를 잇는 나무 인문학, 이흥재 작가가 쓰고 강석태 작가가 그린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2.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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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아시안허브·1만6,000원)’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향기가 나는 나무에 주렁주렁 이야기가 열렸다. 시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공간이 함께 만들어낸 아주 특별한 이야기들이다.

 연초록의 잎이 돋아나는, 푸르름이 가득한, 알록달록 색깔 옷을 입은, 하얀 눈이 포근히 내려앉은 나무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펼치자. 이흥재 작가가 쓰고 강석태 작가가 그린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아시안허브·1만6,000원)’에는 복잡한 상념은 잠시 제쳐두고 머리를 맑게 해줄 공감 스토리가 가득하다.

 전북 임실 삼계에서 태어난 이흥재 작가는 자연의 품에서 나무들과 친구로 지냈다. 호남가에서 ‘나무 나무 임실’이라 부르는 곳이다. 어렸을 땐 곧은 대나무를 좋아했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연구실 창가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목련나무는 맑은 피를 끓게 해주었다. 유난히 작고 샛노란 수북한 은행나무가 정겨웠던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했다. 요즘에는 아침이면 남산 산책길에서 빼곡한 나무와 수다를 떤다. 그렇게 저자는 나무와 수다를 떨면서 새로운 것을 찾고자 펜을 들었다.

 “꾸불꾸불한 포도나무 가지는 쫓기는 게 아니라 새것을 찾아 기웃거리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연결시키고, 새 길을 만들어낸다.”

 “나무의 색깔이 바뀐다면 땅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중이다. (중략) 살려고 독 있는 꽃을 삼키지만 않는다면 세상은 나무에게서 배울 것으로 꽉 차 있다.”

 작가는 나무를 통해 새롭게 배우고, 느끼고, 알고, 살아갈 힘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삶의 궤적인 나이테를 듣고 말하고 싶어 한다고 믿었다. 어떤 이는 자랑, 어떤 이는 반성, 어떤 이는 다른 꿈으로 이어간다. 향기가 있는 주제로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맘, 삶, 깸, 뜻, 앎, 힘, 꿈, 줌’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었다.

 이 작가는 “어린이는 아프고 나면 마음이 크게 자란다. 어른은 아프면 맘이 상한다. 지금, 세상이 크게 아프다”며 “세상에 저마다 쏟아내는 설명이나 주장은 넘쳐나지만,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무수한 말보다 부드럽게 바라보고, 다정하게 손을 잡아줄 때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쁜 그림을 보여주며, 생각거리를 나누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최인호 문화학박사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끝에 나무 향이 깊게 밴다. 나무를 향한 작가의 애틋한 시선이 페이지마다 넘실거린다”며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어느새 나무들의 향기가 가득해진다. 그것도 주렁주렁 문화 꽃이 피어있는 나무들의 향기다”고 추천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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