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현대사회 속 이런 가족이 또 있을까?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 최정원 작가 ‘울새가 노래하는 곳’
척박한 현대사회 속 이런 가족이 또 있을까?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 최정원 작가 ‘울새가 노래하는 곳’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2.28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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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작가의 장편소설 ‘울새가 노래하는 곳(CANON·1만3,000원)’이 출간됐다.

‘울새가 노래하는 곳’은 요즘은 많이 다루지 않는, 그래서 더 소중하고 그리운 우리들 마음의 고향 ‘가족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과 함께 강원도 산골에 정착하며 펼쳐지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소녀는 부모를 위해 학업까지 포기한 채 자신을 희생하며 가족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다. 병든 어머니를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온 가족이 합심해 공기 좋고 물 맑은 오지에 정착하지만, 쉽지 않은 삶 속에서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생채기를 낸다. 하지만 끝내 놓지 않고 맞잡은 두 손을 통해 삶의 땅을 일구고 의미의 씨앗을 뿌리게 된다.

 착한 소설이다. 오래된 교과서의 빛바랜 삽화처럼 우리들 마음에 다가와 그 따스함으로 속삭인다.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그런 가족의 모습이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전해진다.

 사실, 요즘 가족이라는 테마를 대하는 작품은 대체로 가족의 새로운 형태 혹은 변형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이 작품은 작금의 우리에게 과거 ‘가족’이란 어휘에서 우리가 느꼈던 진정한 울림이 무엇이며, 그 본질적 가치가 과연 변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의 가치관 속에서 이런 의문을 품고 있는 독자라면 때론 처연하고도 아름답게 펼쳐지는 화자의 삶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터다.

 표사를 통해 윤후명 작가가 밝힌 것처럼 이 소설이 보여주는 화자의 삶은 눈물겹지만 정겹기 그지없다. 더불어 지금은 낯설게 보여도 사실은 과거 우리 모두가 걸어온 길이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는 사람이라면, 울새가 노래하는 곳 그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의미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최정원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옛 노래의 가사처럼 올드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는 가족 안에서 태어났고 그 안에서 자라났음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 작품을 통해 그러한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 작가는 단국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문예창작대학원에서 석·박사 졸업했다. 2017년 전북도민일보에 소설 ‘마지막 수유시간’당선돼 등단했으며, 저서로 ‘융, 오정희 소설을 만나다’가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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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2024-03-11 23:07:31
작가의 아름다운 글귀가 눈과 마음을 새겨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