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과 견리사의(見利思義)
영화 ‘서울의 봄’과 견리사의(見利思義)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4.01.0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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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지난해 연말을 앞두고 영화계에 천만을 넘은 영화가 오랜만에 반갑게 등장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의 9시간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바로 그것이다. 반란군과 진압군이 맞서 공격과 수비를 숨 가쁘게 이어간다는 내용으로 극 중 주인공인 전두광(전두환)과 이태신(장태완) 등 여러 인물이 각자 독특한 캐릭터를 보이며 극적인 몰입을 선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한편으로 관객들을 화나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권력 앞에서 잔인하고 지독스러운 악당이었던 전두광의 모습이 그랬다. 압권이었던 것은 휴전선을 지키고 있어야 할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여 정권을 찬탈하는 장면에서는 전쟁이 나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감만큼 관객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자신과 그 집단의 권력 찬탈을 위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평안과는 전혀 무관한 전두광의 모습에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23년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이익 앞에서 철저하게 망각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최소한 2023년은 당장 가져와야 하는 이익 앞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 무엇을 지향하고 추구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공익을 위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 사회적 정의, 인간적인 관계 등 기존의 공적 가치가 무너진 한 해였다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정치는 더욱 그러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양곡법 등 민생법안들이 거부권이라는 횡포 앞에 속속 무력화되었고, 검사 출신으로서 ‘공정한가’를 물었던 대통령은 영부인과 가족들이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비판을 받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은 정치가 가장 크게 지향해야 할‘민생’과 ‘대화’또는 ‘통합’과 같은 지극히 기본적인 단어를 되살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살펴야 옳았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필자를 비롯한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이익 앞에서도 의로움을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의 자세를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혹시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미래를 외면하거나 협상과 중재를 통해 모두를 위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적대하는 데만 열을 올리지는 않았는지 먼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의 기본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한다. 특정 계층·세력·지역의 기득권을 타파해 국민 대다수의 행복한 삶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지역 공동체의 미래가 지속 가능하도록 정책을 세우고 추진했는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독한 검찰 독재 앞에서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서민을 위해,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를 되돌리기 위해, 어떻게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추구할 것인가 답하는 2024년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로 쿠데타 수괴인 전두환은 그로부터 5개월 후인 5월 18일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에게 총칼을 휘둘러 학살하였고, 다시 5개월 후에는 대장으로 전역하였으며, 마침내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고 7년간 대한민국을 겨울공화국으로 만들면서 정치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수많은 악행을 일삼았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전두환의 권력은 대통령직 퇴임 이후 8년 뒤인 1995년, 노태우와 함께 구속 기소되어 1심에서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으며,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징역을 살면서 막을 내렸다.

권력에 눈먼 대표적인 견리망의인 전두환의 행적은 지금 우리 시대 정치인들이 왜 견리사의를 추구해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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