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 말기 발표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 총망라 ‘친일의 시대’
일제강점 말기 발표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 총망라 ‘친일의 시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07.0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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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 심층 분석을 통해 살펴본 대중가요계의 친일과 그 의미

 친일의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역사의 난제이다. 우리가 아는 친일파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은 친일파 또한 많다. 친일 행위를 저지른 권력자와 문학가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곤 하지만 음악, 특히 일반 대중가요계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대중가요의 노랫말도 훌륭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연구를 진행해 몇 해 전에 ‘대중가요, 역사로 읽기’를 펴냈던 허부문 박사가 이번엔 가사를 분석해 일제강점 말기 대중가요 속 친일의 의미를 탐구해 ‘친일의 시대(흐름·2만1,000원)’를 펴냈다.

 책의 제목은 일제강점기 중에서도 일제의 침략 전쟁이 격화된 중일전쟁 이후 항복에 이르는 일제강점 말기를 의미한다. 이 시기 조선은 일제의 전쟁에 동원되어 병참기지화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일제의 착취가 극렬해질수록 조선의 사회상도 친일 일색으로 변화했다.

 그중에서도 대중가요인과 그들의 친일 작품을 다뤘다. 대중문화는 대중의 호응을 기반으로 한다. 즉,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대중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대중을 압살하는 권력 아래에서는 대중을 외면하고서야 연명하거나 번성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친일가요는 대중과 권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또한 기존의 친일가요 연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념을 재정의하고, 가사를 바탕으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구분하여 재분류했다. 전직 대통령의 혈서 작성을 다룬 ‘혈서 지원’ 부분은 특히 눈길을 끈다. 나아가 주제별로 분류, 검토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정리한 <표>들은 이해의 깊이를 더해준다.

 저자는 “일제 말기에 쏟아져 나온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는 일제의 민족문화말살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중일전쟁 이후 식민지 조선도 총동원체제에 돌입하면서 총독부는 황국신민화정책과 내선일체를 강제했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가요 중심의 대중문화 부분은 졸저의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다”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가 ‘친일’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이유는 친일반민족행위에 받은 상처가 깊기 때문일 터. 외면과 겉치장으로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할 수는 없다. 저자는 헤겔의 말을 빌려 ‘기왕에 존재한 것은 언제까지나 존재한다’면서, 친일가요와 군국가요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강대 사학과에서 학사·석사 및 박사과정을 마치고, 전주대 연구교수와 동북아역사지도편찬위원회 특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저서에 ‘대중가요, 역사로 읽기’와 ‘인물로 읽는 중국사’(공저)가 있으며, 역서로는 ‘과진론·치안책’, ‘추안급국안 88∼90’, ‘풍도의 길’(공역)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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