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으로 민생경제 한파…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난방비 폭탄으로 민생경제 한파…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 한병도 국회의원
  • 승인 2023.03.01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병도 국회의원
한병도 국회의원

어느덧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예년 같았으면 희망과 다짐이 넘쳐났을 텐데, 올해는 유독 국민의 곡소리만 크게 들린다.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 행진에 난방비 폭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을 앞두고 단행한 가스요금 인상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가스요금을 동결하더니, 6월 지방선거가 끝나자 요금을 두 차례나 인상해 버렸다. 1년 새 38%나 오른 가스요금은 한파를 만나 난방비 폭탄으로 돌아왔다.

정부는 뒤늦게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대책을 발표했지만, 난방비 지원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한정했다. 무엇보다 가스요금 인상으로 생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분할납부를 허용하는 것으로 그쳤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땜질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다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산자원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여당에서도 건전재정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명백한 정부 정책 실패로 국민에 고통이 전가됐음에도 재정 건전성만 앞세우는 정부여당의 무책임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기재부가 입장을 180도 전환하는 당황스러운 촌극이 벌어졌다. 지난 연말부터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태는 국정운영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이뤄지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작년 12월, 국회의 세법 심사 당시, 대기업에 적용되는 6%의 세액공제율을 여당은 20%, 야당은 10%로 인상하자고 제안했으나 기획재정부는 이보다 낮은 8% 공제율을 고수했다. 기재부의 강경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주장으로 국회는 정부안을 받아들여 8% 공제를 여야 합의로 개정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만에 반도체 세제지원을 확대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투자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세제지원 중입니다”라는 반박자료까지 냈던 기획재정부는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국회에 세법을 다시 개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국경제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짙어져만 간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 IMF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7%로 하향한 데 이어, 한국은행 또한 종전 1.7%에서 1.6%로 하향한 전망치를 발표했다. 작년 4/4분기 가구당 실질소득은 –1.1%를 기록하며 3/4분기에 이어 또 한 번 감소했다. 겨울 한파가 지나가니 민생경제의 한파가 예고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재정 여력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데 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곧바로 향후 5년간 64조 4천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부자 감세를 밀어붙이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고통을 전가하는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 건전성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는 지난 3년여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산업의 대전환과 자산가격 폭등을 한꺼번에 겪었다. 이제 한고비를 넘겼나 싶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국제정세 불안정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경제의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위기는 결코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약자일수록 타격은 크고 회복은 더디기 마련이다.

정부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정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국민 고통 분담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획기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

한병도<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