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는 생존의 문제
노인 일자리는 생존의 문제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3.02.0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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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지난 1월 30일 정부는 ‘향후 5년간 일자리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발표한 ‘2023년 노인 일자리’의 내용을 살펴보면 민간형 노인 일자리를 3만 8천 개로 늘리겠지만, 노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정책인 공공형 일자리는 6만 1천 개를 줄이겠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대표적 약자세대이다. 2020년 18~65세 연령대의 빈곤율이 10.6%인 데 반해 66세 이상은 40.4%로 4배나 높다. 노인들에게 노인일자리가 갖는 의미는 월 27만 원 소득뿐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만나고 소통하며, 자신의 역할을 갖는, 노인과 사회를 향해 열린 세상을 보는 창구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 일자리는 수요에 비해 충족률이 항상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전체 노인일자리 수요충족률은 41.8%에 그쳤다. 그런데도 정부는 노인일자리를 무려 6만여개를 줄이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고령 노인의 생활과 노인일자리 효과에 대한 정부의 몰이해가 낳은 삭감이다. 놀랍게도,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정부는 선뜻 원상회복을 약속했다. 그 짧은 기간에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올해 고용 전망이 어두워지자 고용률 계산에 포함되는 노인일자리 수치가 필요해진 건 아닐까. 이러면 언제든 노인일자리는 다시 축소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에게 노인은 이처럼 가벼운 정책 대상이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에 하나 더 의문을 제기하자면,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에 참여하는 노년층을 과연 ‘민간이 제대로 흡수하여 채용할 수 있는가?’이다. 나이 여부를 떠나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 94%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이중 가정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 참가자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직업 훈련을 통해 안정적이고 처우가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 없는 계층으로 분류되어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이유이다.

정부가 대폭 늘리겠다고 하는 민간,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참여자는 비교적 젊고, 경력이 있으며 활동 능력이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민간 일자리는 식품 제조 및 서비스, 영농 등 업무 수행 능력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는 보육교사 보조, 시니어 금융업무지원, 우체국 행정업무지원 등인데 경력이 필요한 사업들이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신체활동 능력은 당연한 것이다. 이마저도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월급을 지급한다는 계획은 없다. 2020년 한 해에만 65세 이상 노인 3,92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OECD 가입국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스러운 1위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지난해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 만족도는 5점 척도에 4.1점을 기록했다. ‘일을 할 수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응답이 많았다. 노인 일자리의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일자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일을 하면서 만난 동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소소한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노인 일자리는 민간과 시장의 불완전을 보전하는 장치다. 불황일수록 더욱 필요하다. 더욱이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탁상행정으로 이를 덜컥 줄여 놓았다가 온갖 모순이 억눌려져 담겨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지나 않을까 두렵다. 정부의 가벼운 정책대상에 오르내리는 노인은 결국 나의 미래이며,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다. 스스로 일할 수 있고, 할 일이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국가적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김윤덕<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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