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국가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2023년, 국가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3.01.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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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12월 29일 발생한 경기도 과천 방음 터널 화재로 5명이 목숨을 잃고 37명이 다쳤다. 그로부터 두 달 전이었던 10월 29일에는 158명의 소중한 목숨이 사라진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그리고 8년 전에는 304명의 소년·소녀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이처럼 중대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고 껍데기뿐인 책임자 처벌, 그리고 허울뿐인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졌다.

이태원에서 소중한 딸을 잃은 이애란씨는 49재에서 고인이 된 딸에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니?”라고 편지를 썼다. 이애란씨의 물음은 희망을 말해야 하는 2023년 새해 벽두에도 불구하고, 지독하고 무겁게 어깨를 짓누른다.

국회에서 특별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방해와 무성의로 자칫 빈손으로 마무리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2023년 새해 벽두의 현실이다.

여기에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한 해 2천 명 넘게 산재로 죽어나가고 있는 사실은 다시 한번 우리 어깨를 짓누른다. 부끄럽게도 우리의 2021년 산업안전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줄 곧이어 가고 있고,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안전’이라는 화두를 던졌고, 실제로도 산업재해 수치가 줄어들 것은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관련 통계를 종합한 e-나라지표의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본 결과 2013년 산재 사망자 수는 1,929명에서 2014년 1850명, 2016년 1776명으로 감소를 보이다가 2017년 이후 다시 증가하여 2021년에는 2,080명으로 늘어났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특별히 산업안전 제도가 바뀌거나 예산이나 인력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산재 사망이 줄어든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이 강조되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안전에 대한 인식과 목적성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그로 인해 또다시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재난이 발생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가의 정책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법과 원칙”이라는 구절을 입버릇처럼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라”고 했다. 경찰과 용산구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여서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었다’고 했고, 대통령실은 “집회나 시위가 아닌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에 경찰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정부의 말을 종합해보면, 10월 29일은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날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따라야 할 법과 원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윤석열 정부가 지난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해당 로드맵은 영국의 로벤스 보고서를 예로 들면서 ‘처벌·감독 단계’를 넘어 ‘자기규율 단계’에 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구조조정 속에서 안전과 직결된 예산, 그리고 인력마저 줄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선언에 대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인력 감축 지시에 공공기관들은 잇달아 안전 업무를 축소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전력량계 시험, 전력설비 방호, 고압검침 등의 안전 업무를 자회사로 이관해 64명으로 줄였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액화석유가스 대중이용시설 검사 기간을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하고 저장능력 250㎏ 미만인 지하실을 검사 대상에서 제외해 38명 가량을 줄였다.

로벤스 보고서에는 “전임 정부의 보고서나 위원회가 버려지지 않고, 보수당과 노동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한 것이다. 로벤스 보고서에는 ‘처벌이 심하니 자유롭게 풀어주자’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로벤스 보고서는 “단 하나의 만병통치약도 간단한 지름길도 없다. 이 분야의 진전은 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내심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개개인의 마음속에 일터 안전보건이라는 주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라고 적혀 있다.

출범과 동시에 정부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전 정부 색깔 지우기에만 급급해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2023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김윤덕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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