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 안호영 국회의원
  • 승인 2022.12.2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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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국회의원
안호영 국회의원

임인년을 맞이하며 우리는 호랑이에 올라탄 기세로 밝은 미래로만 달려가길 기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아무리 우리네 인생이 굴곡의 연속이라지만 2022년은 유독 가혹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국제정세가 얼어붙더니, 전쟁의 여파로 우리에게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高와 경기침체가 들이닥쳤다. 몸도 마음도 추운 연말, 포근한 소식 하나 들려왔으면 좋았으련만 수도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158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는 참사까지 벌어졌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대한민국 전체가 집단적 우울감에 빠져든 한해였다.

하지만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라고 하지 않았나. 공화정을 지키려 헌신한 그 역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산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국민의 삶에 희망을 만들고 현실로 실현하는 일이다.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 그 수단은 정부의 각종 사업이고, 이 사업들의 시의성과 실효성을 담보하는 것이 바로 예산이다.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시름에 잠긴 국민께 희망의 불빛이 될 2023년도 예산안과 부수 법안이 처리됐다. 물론 정부·여당의 아집과 독선에 맞서기 위함이었지만 결국 법정 기한을 넘겨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늦은 만큼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더 넓은 곳을 더 밝게 비출 예산을 확보했다. 윤석열 정부가 고집하던 초부자감세를 저지하고 1.4조 원 규모의 ‘따뜻한 민생예산’을 담아냈다.

소수의 초부자들에게만 혜택을 줄 법인세율 인하율을 1%로 저지하는 한편, 서민경제를 활성화할 8.8조 원 규모의 지역 화폐 발행을 위한 지원예산 3,525억 원을 반영했다. 내 집 없는 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공공임대주택 예산도 6,630억 원 증액했고, 1년 농사 공치는 일이 없도록 쌀값 안정화 예산도 401억 원 늘렸다. 공공 노인 일자리 확대, 경로당 냉난방비 등을 위한 ‘효도예산’도 988억 원을 증액해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을 견뎌낼 아랫목도 덥혔다.

전라북도도 모처럼 훈풍을 맞이할 전망이다. 정치권과 도가 한마음이 되어 뛴 성과로 국가 예산 9조 원 시대의 문을 열어젖혔다. 올해 예산이 더욱 뜻깊은 것은 새만금 산업단지 임대용지, 스마트 그린산단 조성 등 기업유치의 기반이 될 사업들이 탄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들어오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전북의 인재들이 이 기업들에서 일하며 전북에 머무르는 일이 더욱 중요한데, 신재생에너지·조선업·제약산업 인력양성 사업들도 함께 추진되는 점이 고무적이다.

28일 본회의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법까지 통과됐다. 전북특별자치도법을 처음으로 발의한 필자로서는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이제 전라북도는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를 바탕으로 높은 자치권과 확충된 재정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공익직불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농민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농업농촌공익직불법 개정안, 새만금투자진흥지구 지정과 입주기업 인센티브 제공의 근거를 담은 새만금사업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통과와 더불어 올해 가장 기쁜 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제도적 기반 위에 내년도 예산까지 내실 있게 얹어졌으니 전북발전이란 큰 꿈이 한층 선명해지는 2023년을 기대해본다.

힘들지만 결코 멈출 수 없었던 1년이 쏜살같이 지났다. 그 끝자락에 서니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정치와 공부는 ‘하면 할수록 할 것이 많아진다’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무주 국제태권도사관학교를 힘겹게 예산안에 반영하고, 완주 수소상용차 기술협력 플랫폼, 진안 용담호 생명수 탐방길 조성, 장수군 고령자 복지주택까지 제법 알차게 새로운 사업을 담았다. 그런데도 아쉬움과 서운함이 크게 남는 것은 욕심일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무색하게도, 내년에는 역대 최고급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걱정보다는 잘 준비하는 희망을 차분하게 이야기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우리는 기적의 민족이 아니던가. 키케로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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