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로 실종된 협치와 정치, 삼권분립도 위협한다
법치로 실종된 협치와 정치, 삼권분립도 위협한다
  • 이원택 국회의원
  • 승인 2022.12.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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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택 국회의원<br>
이원택 국회의원

“형벌과 정령(政令)으로 인도하면 백성은 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부끄러움 없이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 규제하면 염치(부끄러움)를 알게 되고 자발적으로 따라올 것이다.”

고서인 논어(論語)의 위정편에서 글을 옮겼다. 공자는 법에 의한 강제적 복종이 아니라, 덕과 예를 통한 백성의 자발적 참여를 이상적인 통치이념으로 구상했다. 유교이념으로 통치했던 왕권이 강한 송, 명, 청의 중국이나 조선도 과도한 법집행으로 권력자의 학정을 막고자 덕치를 꾸준히 강조하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법치 중심의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한인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이라는 법치주의적 제재를 가하고, 경찰국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분리의 대원칙에 대해서는 시행령으로 법치를 왜곡하고 있다. 외교참사의 책임을 물어 국회가 건의한 외교부장관 해임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으로 입법부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보장된 법 방패로 막아서고 있다.

이슈 때마다 대통령이 밝히고 있는 법과 원칙이라는 칼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공정과 정의를 외친 대선후보 윤석열을 선출해준 민심이 지금 정부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에만 집중되는 야당탄압 수사, 전임 정부 정책을 범죄로 몰아 사정국면을 조성하는 보복수사, 사회적 참사에도 수사를 통한 법적책임 규명 후 책임자 처벌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무책임 무능에 대해 국민은 다시 묻고 있다. 윤정부의 법치에 대해 “공정한가? 정의로운가?”

더 심각한 문제는 윤정부 출범 이후 대표적으로 변화된 양상이다. 법치중심으로 여의도 정치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높아지고 있으며, 대화의 방향이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6개월이 넘었고, 야당 대표 취임 100일이 넘었지만 대화는 없고 야당과 야당대표에 대한 수사만 진행되고 있다. 적대감만 높아지고 있다,

여당 대표인 이준석 사태에서 유추되는 대통령의 여당에 대한 정무적 개입 의혹이나 관저 만찬 초대에서 감지되고 있는 여당과 인너서클 중심 인사들에 집중되는 소통 방식이 매우 일방적이고 편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여소야대 정국에서 전임 대통령께서 보였던 국정운영의 자세를 돌이켜 보면 오늘의 협치 실종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야당과 공동정부를 운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연정을 제안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5당 원내대표(당대표)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속적인 협치를 실현해 냈다.

논어에서 법치는 피동적이며 소극적 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대통령 하나 바꾼 뒤 범죄가 된다면 어느 공직자가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형벌을 면하기 위해 어떠한 짓이라도 부끄러움 없이 하게 될 것이라는 논어의 가르침이 가슴에 와닿는다.

법치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는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다. 법 앞에 여-야-정이 따로 없고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법은 국정의 수단이며 여야정은 협치의 대상이다. 협치로 시작하여 정치로 꽃을 피워야 할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여-야-정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악몽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나오는 강력한 리더쉽이 바탕이 되어 한강의 기적과 같은 산업혁명을 일으켜 오늘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정치제도로서 역할도 했지만, 집중된 권력의 폐해를 어떻게 방지하고 보완해야 할지 정치개혁과제로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보조적 수단인 법치가 중심으로 자리하면서 협치와 정치가 실종되고 있다, 행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삼권분립의 헌법 원칙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원택<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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