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왜 공천하는가’에 대하여
‘누구를, 왜 공천하는가’에 대하여
  •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 승인 2022.12.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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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내년 4월 ‘전주을’ 지역 재선거를 위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었다. 이상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계기로 치러지는 선거다. 오랫동안 소망을 가지고 지역에서 터를 닦아온 입지자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이미 많은 입지자들이 움직이고 있고 출판기념회 같은 것을 통해 몸 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전주을’ 선거와 관련해서 가장 첨예한 관심을 끄는 것은 과연 민주당이 공천을 할 것인가의 문제다. 민주당 당헌·당규 재보궐선거에 대한 특례 조항(제96조)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부정부패가 아니라 선거법으로 판결을 받은 것이니 공천을 해도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렇더라도 횡령 배임죄로 구속 상태에 있으니 무공천을 해야 하는 것인지 민주당 내부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있을 법하다. 공천한 민주당에 책임이 있는 만큼 무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일부 후보들이 무공천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정당의 당헌·당규는 때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치러진 보궐선거는 민주당 단체장들의 치명적인 비위 행위 때문에 실시된 것이었지만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뛰어넘어 두 지역 모두 과감하게 공천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은 유책 집단에게 여지없는 철퇴를 가했다.

정당이 공당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형편에 따라 규칙을 정하고 또 형편에 따라 규칙을 어기는 것을 가볍게 한다면 더 이상 공당으로서 존재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명성을 쌓거나 내로라하는 직업군에 속했던 사람들이 고향에 금의환향하는 기분으로 내려와서 출마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지역에 인재가 드물던 시절에는 그런 사람들에게 프리미엄이 있었고 당선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에도 인재들이 많다. 오랫동안 지역에 살면서 지역민들과 호흡하고 지역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온 사람들이 많이 있다. 유권자들은 그런 노력의 진정성을 읽어야 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또한 중앙당은 존중해주어야 한다. 공천권을 휘두르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유권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공천,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공천, 합리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천의 결과는 결국 지역을 불행하게 만든다.

경선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오랫동안 성립되어 온 전북지역에서 그야말로 경선은 혈투다. 유권자들이 직접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닌, 주로 여론조사로 이루어지는 경선은 선거꾼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고 온갖 불법 탈법이 판치는 온상이 되었다. 게다가 선거공영제로 인해 본선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경선에서 지출한 비용은 보전되지 않기 때문에 경선이 치열할수록 선거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밑으로부터의 공천이라는 탈을 쓰고 이루어지는 왜곡된 경선 방법에 대해 획기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정치꾼들의 놀이터가 아닌 지역을 위해 애써온 사람들이 그 애향심과 사명감으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경선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후보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한순간 컷오프 시켜 버리는 정당의 오만함도 내려놓아야 한다.

‘전주을’에 공천하기 위해서 민주당은 “누구를, 왜 공천하는가?”에 대하여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전정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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