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고통지수, 그리고 무지출 챌린지
청년들의 고통지수, 그리고 무지출 챌린지
  • 김윤덕 국회의원
  • 승인 2022.12.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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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회의원
김윤덕 국회의원

지난 7월 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물가 급등과 높은 실업률로 국민의 경제적 고통 정도를 측정하는‘국민고통지수’가 7년 만에 10.6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15년 1/4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며, 산출기간 평균치(7.7)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치솟는 물가와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모든 세대가 고통받지만,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청년들의 충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청년들에게‘무지출 챌린지’라는 도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지출 챌린지’란, 말 그대로 지출을‘0’으로 하는 행위에 대한 도전이다. 하루 세 끼를 회사 구내식당에서, 커피는 스타벅스가 아닌 회사 탕비실에서 해결한다. 주말을 맞이한 외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필수 지출(주거비, 교통비 등)을 제외하고 지출을 최소화한 뒤, ‘인증샷’을 SNS에 올려서 성취를 자랑하고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절약이 미덕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청년들의 삶의 고달픔을 언급하는 담론이 대체적이다. 한때 자신들의‘현재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욜로(YOLO)를 추구하기도 했던 청년들을 지켜봐 온 기성세대로서, 안타까움과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논란 아닌 논란이 있다.

첫째로 하나의‘놀이문화’로 볼 것인가? 에 대한 논란이다. 일부 전문가는 무지출 챌린지는 그냥 인터넷 놀이성이 발현된 것일 뿐 매번 그래왔던 것처럼 곧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을 한다. SNS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현상은 놀이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체로 많다. 하지만 무지출 현상을 무조건 놀이문화로 치부하기에는 현실을 간과한면 또한 존재한다. 소득은 적고(20대는 40대의 58.3%, 2020년) 부채는 많은 20, 30대(전세자금 대출의 57.7% 차지, 2022년 4월) 청년들의 낮은 구매력이 고물가, 고금리 상황과 만나 빚어지는 인과가 분명한 현상이다.

두번째는‘극단적 양극화론’이다. 과연‘무지출 챌린지’가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행태일까? 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20, 30대는 명품소비의 새로운 고객층이며, 명품기업들은 이들만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지난해 3분기 주요 백화점 명품 구매 구성비 중 20~30대의 비중은 45%를 넘었다. 통계로만 봐도 요즘 명품소비에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쪽에서는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과소비를 자신을 위한 선물, 일명 플렉스(FLEX)라는 이름으로 가감 없이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과연 이런 현상을‘독려’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한 논란이다.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게 되면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 국민이며, 우리 이웃이다. 소비를 어느 정도 해야지만 국가 경제가 돌아가면서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이 발생 되는데, 극단적 소비와 무지출에 대한 팁을 기획재정부에서 제시하고, 독려하며 나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네번째는‘세대갈등’이다. 극단적인 무지출 행위가 회사 등의 조직에서 세대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무지출의 대표적 방안으로 탕비실에 있는 과자나 커피 등을 집으로 가져가는 행위나, 식사비에 대해서 지나치게 인색한 경우가 언급된다. SNS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얻어먹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이에 무수한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볼 때 조직과 공동체 생활에서는 나름의 준칙이 분명 존재하는데, ‘무지출 챌린지’는 이것과는 거리가 먼 현상이라는 것이다. 어렵기는 다 같이 어려운 시기, 고물가 고금리에 공동의 대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무지출 챌린지’는 어찌 보면 사회구성원 각자가 현실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찾은 최소한의 돌파구이기도 하지만, 현재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현정부와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정부는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줄 의무가 있다. ‘무지출 챌린지’가 그저 한때의 유행이자 해프닝으로 끝나는 시대가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김윤덕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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