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 CVO 9주차] 왕기석 명창과 떠나는 소리여행
[전북도민일보 CVO 9주차] 왕기석 명창과 떠나는 소리여행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2.05.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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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기석 명창(국립민속국악원 원장)

왕기석 명창
왕기석 명창

“국악을 사랑하는 것이 곧 나라를 사랑하는 길입니다.”

약 40여 년 동안 소리의 길을 걸어 온 왕기석 명창이 지난 26일 전북도민일보 CVO 제7기 원우들을 찾았다.

이날 전주시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전북도민일보 제7기 CVO 9주차 강의는 왕기석 명창의 열정적인 공연으로 진행됐다.

먼저 왕 명창은 “내 핏속에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멋과 흥, 한이 용해돼 흐르고 있는데 이는 내가 소리를 하계된 계기”라면서 “오랜 시간 서울에서 활동하며 2013년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는데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느낌으로 지내고 있다. 오늘 이 시간을 같이 즐겨 달라”고 말했다.

본격 공연에 앞서 왕 명창은 “흔히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즉 경쟁력 있는 문화를 지니고 있을 때 세계의 주역으로 남고 대접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며 “BTS나 이날치밴드가 국악은 아니지만 악기나 복장 등 우리 것을 소재로 공연을 하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한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왕 명창은 “민속음악에는 기악과 성악이 있다. 대표적인 성악으로는 판소리와 민요, 범패 등이 있다”며 “판소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판소리를 간단하게 말하면 판과 소리가 합쳐진 복합명사다”고 말했다.

씨름판, 노름판처럼 다수의 사람이 모여 동일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수행하며 어우러지는 행위가 판이라는 게 왕 명창의 설명이다.

또한 판을 구성하는 3대 요소는 창자와, 반주자(고수), 청자로 구성된다.

왕 명창은 “창자는 창과 아니리(이음새)를 번갈아 가며 연주하고 고수는 북으로 장단을 맞추면서 추임새를 넣는다”며 “청자는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임새를 하며 판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함께 판을 이끌어간다”고 강조했다.

왕 명창은 “주인공들의 심리나 묘사를 말로 설명해주는 것을 아니리라고 하는데, 이는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며 “3∼8시간 동안 소리를 지르다 보면 사람이 탈진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아니리를 통해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왕 명창은 “소리꾼들이 단순히 멋을 위해 부채를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소리의 이면에 맞게 상황 설명을 하는 게 이 부채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심봉사의 지팡이, 흥부가에서의 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왕 명창은 “본격적인 판소리에 들어가기 앞서 단가를 통해 자기 목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며 “또 단가는 성대와 음정을 미리 조절해 소리판의 분위기를 정돈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왕 명창은 원우들에게 직접 추임새를 가르쳐주며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왕 명창이 단가 사철가를 부르며 배추질을 하자 원우들은 ‘얼씨구’, ‘좋다’, ‘잘한다’ 등 추임새를 넣으며 흥을 돋웠다.

왕 명창은 “판소리가 발전해 다양해지자 소리꾼들 사이에서 서로 음악적 특성을 달리하게 되면서 유파가 생기게 됐다”며 “섬진강을 중심으로 동쪽을 동편제, 서쪽을 서편제라 불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왕기석 명창
왕기석 명창

비교적 남성적인 동편제는 남원과 순창, 곡성, 구례 등에서 전승된 소리로 기교를 부리지 않고 툭툭 힘있게 던지는 소리라고 왕 명창은 설명했다.

이에 반해 서편제는 광주, 나주, 담양, 화순 등에서 전승된 소리로 여성적이면서도 애절한 소리다.

왕 명창과 원우들은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로 유명한 사랑가를 부르며 한데 어우러지기도 했다.

왕 명창은 마지막으로 “무대에 설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소리는 ‘한방’이라고 생각한다. 판소리를 접하는 사람들이 내 한방으로서 감동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판소리 팬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판소리를 접하는 사람을 한 방에 보내기 위해 (저는) 한 대목 한대목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왕 명창은 심청가에서 곽씨 부인이 심청이를 낳고 산후별증으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앞 못보는 심봉사가 동냥젖을 얻어먹이는 대목을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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