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싸우자!
내일 또 싸우자!
  • 진영란 진안초 교사
  • 승인 2022.03.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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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만큼 서로를 가깝게 이어주는 것이 있을까? 친구들과 손도 제대로 잡을 수 없고, 놀이도 맘껏 할 수 없는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놀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놀이를 할까?’ 고민되시는 분들에게 ‘내일 또 싸우자!’라는 그림책을 권한다.

 “선생님! 싸우면 안 되잖아요!”

 그림책을 펼쳐 들자, 아이들이 의아한 듯 묻는다.

 “글세, 날마다 싸워도 되는 싸움이 있는지 한 번 읽어볼까?”

 “근데 싸우는 아이들 표정이 즐거워 보여요. 이상하네!”

 대놓고 싸우는 표지 그림이 이상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던 하음이가 주인공들의 표정을 읽어낸다. ‘내일 또 싸우자!’라는 그림책은 싸우는 게 일상인 형제들에게 몸싸움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다양한 ‘싸움(?)’을 가르쳐주시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다. ‘풀싸움, 눈싸움, 닭싸움, 꽃싸움, 머리싸움, 연싸움’이야기가 나오지만, 눈싸움 부분에서 그림책 읽기를 멈춰야 했다.

 “선생님! 우리도 싸움해 봐요!”

 아이들이 친구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니 여기저기서 “쿡! 쿡!” 웃음이 세어나온다. “채린이 눈동자가 갈색이었구나!”, “진우 얼굴에 점이 있네!” 마스크 너머 친구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서로의 눈동자에 빠져든다. 그렇게 한참을 눈싸움을 하고 나니 친구와 떨어져 앉았던 거리가 반으로 좁혀지는 듯 다정하게 느껴진다. 이어서 가위바위보 싸움, 묵찌빠 싸움이 펼쳐졌다. 친구들과 벌인 싸움 덕분에 “까르르, 까르르” 즐거운 웃음꽃이 피어난다.

 “선생님! 싸움 진짜 재미 있어요! 우리 맨날 싸워요!”싸우는 그림책을 읽으면 어떡하냐는 표정을 지었던 하음이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전학 온 학교가 낯설고 힘들어서 친구들이 있는 세연초에 돌아가고 싶다던 승연이는 첫 번째 눈싸움 상대였던 아정이와 단짝이 되었다며 양 볼이 발그레해진다.

 오늘의 숙제는 ‘가족들과 싸움하기’이다.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눈싸움’과 ‘묵찌빠 싸움’을 해 보기로 했다. 가족들과 오래오래 눈을 마주치며 행복한 이야기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진영란 진안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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