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위암 유발 ‘헬리코박터균’
한국인 위암 유발 ‘헬리코박터균’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1.12.2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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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암발생률 순위에서는 7위이지만, 우리나라에 유독 많아 1등을 항상 차지하는 암은 무엇일까? 바로 위암이다. 이러한 위암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미 다들 들어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이다. 위암에 대한 헬리코박터균의 기여도를 의미하는 기여위험분율은89%이며, 헬리코박터균이 감염된 것만으로도 위암의 위험도는 2배 이상 (2.8~49배) 증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본보는 대자인병원 소화기센터 장성욱 과장의 도움말로 헬리코박터균에 대해 알아본다.

 

 ■ 헬리코박터균의 병태생리

 우리 위장 안에는 음식을 녹이고 소화시켜주며, 세균번식을 막아주는 ‘신물’, 위액이 있다. 위액은 염산과 같은 강산 환경인데 어떻게 세균이 살아남았을까? 인류가 아프리카대륙을 벗어나 전세계로 뻗어나간 5만8천년 전부터 이 균은 인간에게 기생하며 지내왔었고, 지금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요소분해효소라는 효소와 각종 효소들을 만들어 낸다. 이 중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효소는 요소분해효소로, 위장속의 요산을 가수분해해 암모니아와 탄산을 만들어낸다. 암모니아는 염기성이고 위액의 산과 만나 중화반응을 일으켜 중성 환경을 만들고, 이는 헬리코박터균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균은 점차 개체수를 늘려 위점막에 달라붙어 기생한다.

 이러한 균의 증식으로 위점막을 위액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보호막과 점액층을 균이 녹여내고, 위 점막은 위액에 직접 노출이 되며 균이 내뿜는 독소와 암모니아로 인해 2중, 3중의 공격을 평생동안 꾸준히 받게 된다. 이러한 공격으로 인해 헬리코박터균 위염의 약 10%는 소화성 궤양, 약 1%는 위암을 앓게 된다.

 

 ● 주석 위의 파란색 지도는 전세계 위암의 분포도 (2020), 진할수록 위암의 발생률이 높다.

 

 ● 아래의 빨간 지도는 전세게 헬리코박터균위염의 분포도 (2016), 빨갛고 진할수록 감염률이 높다.

 

 ■ 헬리코박터균과 위암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을 나타낸 분포도와 위암의 발생을 나타낸 지도를 같이 펼쳐보면, 헬리코박터균이 많은 곳은 위암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연구는 많이 진행돼왔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헬리코박터균이 만성 위염을 일으키며 점막을 얇게 만든다. 또 균이 독소를 생성해 위점막 세포를 공격하는데, 독소는 점막 세포의 형태 변화와 이상 세포의 증식을 유발한다. 정상적인 위에서 균에 의해 만성 염증이 일어나고, 정상 점막의 구조가 망가져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을 보이는 위축성 위염, 이후 세포의 형태 변화가 일어나며 대장의 점막 세포와 닮게 되는 장상피 화생, 화생성 위염을 거쳐 위 선종 등 위암으로 가는 시작과 끝 모두에 헬리코박터균이 관여한다.

 

 ■헬리코박터균 위염의 증상

 위속에서 이러한 만성 염증과 형태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답은 ‘무증상, 증상이 없다’이다. 보통 이러한 염증은 평생에 걸쳐 천천히 일어나고 증상을 유발하는 확률은 10~30% 정도다. 또 20대 초반~30대에서 아주 급격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초기 활성화된 위염의 경우 대부분 무증상이다.

 상대적 소수이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증상은 심각한 통증이나 발열 등을 일으키기 어렵다. 위산 분비 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들의 파괴에 의해 십이지장 궤양, 산분비 과다에 의한 속쓰림, 통증 등이 있을 수 있고, 대부분 초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나서 생기는 후반 증상은 더부룩함, 소화불량, 트림 등의 경미한 증상들이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경로는 아직 명확히 밝혀있지는 않았다. 주로 위장관을 거쳐 나온 대변에 균이 나오지만 입에서 나온 타액이나 하수도, 냇물에서도 검출되기도 한다. 일부 위액 역류에 의해 타액으로 검출될 수 있으나 세균 자체의 생리상 위내부에서만 증식할 수 있고, 물에서 발견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증식은 어려운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일란성·이란성 쌍둥이간의 비교를 통한 연구를 비롯한 다수의 연구에 따라서는, 대부분 5세 이하의 나이에 감염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또 생활하는 환경의 청결도가 전염에 영향을 주며 함께 생활하는 가족, 특히나 어머니로부터 자식한테 가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래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분포도를 봤을때도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가족간의 긴밀한 접촉이 많은 문화권일수록 감염이 흔하게 일어나게 된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공중위생과 개인위생 모두가 발전됨에 따라 감염률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가족간에 감염되는 점과 기존에 높은 감염률로 아직까지도 인류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헬리코박터균 위염 검사

 헬리코박터균 위염은 크게 내시경 검사와 요소호기검사, 특이항체검사, 대변항원검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요소호기검사로 세균이 갖고 있는 효소인 요산분해효소를 이용, 알약을 먹고 풍선 2개만 불면 끝나는 간편한 검사다. 하지만 숨어있는 궤양이나 암 등의 병변 확인이 불가능하고, 1차 치료 내성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26.3%, 2011년) 내성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가장 정확하고 상태 파악에 도움이 되는 검사는 위내시경 검사이다. 내시경 검사는 앞서 요소호기검사의 단점을 모두 보완해주고, 항생제 내성 여부까지 미리 알 수 있는 검사가 가능하다. 그리고 혈액으로 확인하는 특이 항체 검사가 있지만, 한가지 검사로 현재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단독으로 시행하는 것은 부족하다. 대변항원검사는 편의성이 떨어져 시행하는 기관이 적어진 상황이다.

  

 ■헬리코박터균 위염의 치료

 가까운 내과 전문의, 소화기 전문의라면 어느 지역이던 규모에 상관없이 전세계적으로 치료방법은 일맥 상통한다.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와 제산제를 조합한 치료법에 따라 약을 1~2주 복용하면 70% 정도는 완치가 되는 병이기에 치료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대부분 (70%)은 큰 부작용 없이 지나간다. 그리고 만약에 치료를 정상적으로 받았다면 없어졌는지 여부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고, 이는 위에서 설명한 요소호기검사로 간단히 확인이 가능하다.

 1~2주의 간단한 약물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며, 위암 발생률을 반정도로 줄여주는 효과가 입증돼 있다. 하지만 위염의 진행 정도에 따라 위암 예방효과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가능하다면 점막세포의 변형이 온 후인 장상피 화생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는 편이 위암 예방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대자인병원 소화기센터 장성욱 과장 “상당히 흔하고 놓치지 쉬운 헬리코박터균 위염, 조기 치료가 가장 효과적”

 결론적으로 상당히 흔하고 놓치기 쉬우며, 가족간에 감염되는 병인 헬리코박터균 위염을 조기에 찾아내어 치료하는 것이 위암과 위궤양, 그리고 만성 위염에 가장 좋은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아 악화됐을 때 위장관 장애나 위암, 위궤양으로 인해 발생할 평생의 치료 비용을 비교한다면 상당히 효과적인 치료입니다.

 가끔 속이 불편한 증상이 있거나 위궤양, 위염 치료를 받은 과거력, 또 가족들 중 위암·위궤양 등의 가족력이 있다면 꼭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한 번도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내시경할 때 균검사를 요청하는 것만으로 위암 걱정을 크게 덜어낼 수 있습니다. 전국 어느 곳이던지 내시경 하는 곳이라면 가능한 검사이기 때문에 내시경 할 때 놓치지 말고 균검사를 요청해서 위 건강을 지키길 바랍니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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