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형식의 파괴, 테드 펜트 감독의 ‘고전주의 시대’
[영화제] 형식의 파괴, 테드 펜트 감독의 ‘고전주의 시대’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5.0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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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전주의 시대\' 스틸 컷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부터 의욕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프론트라인 섹션에는 급진적인 주제와 형식의 파괴, 미학적인 도전으로 무장한 작품이 포진돼 있다.

 그 중에서 미국 테드 펜트(Ted Fendt) 감독의 ‘고전주의 시대’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형식을 파괴하고 대화 형식으로 작품을 이끌어간 작품으로 주목됐다.

 영화는 주인공인 칼과 그의 친구들은 함께 모여 책과 시와 음악, 건축에 관해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특별히 헨리 롱펠로우가 1864년에 번역한 단테의 ‘신곡’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눈다.

 영화는 테드 펜트 감독의 독서에서 시작됐다. 지난 2015년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게된 감독이 책 속에 나오는 살롱, 북그룹 이야기를 교회와 도시, 환경에 옮겨 영화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 마침, 평소 책과 관련된 지적인 대화를 즐겨하는 그의 10년 지기 친구 칼이 떠올랐다. 아이디어와 적합한 인물이 나왔으니, 이제 주저 없이 영화를 만들 차례가 된 것이다.

 감독은 평소 의도하지 않고 우연히 발생하는 영화적인 장치를 즐겨쓰는데, 비전문 배우를 선호하는 편이다. 영화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외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영화를 만들 때에도 최대한 자유롭게, 관객에 영화에 대해서도 최대한 자유롭기를 원하는 것이 테드 펜트 감독의 스타일이다. 관객에게 ‘이러한 부분은 이렇게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강요하는 것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심리묘사를 뛰어나게 하는 연기나 심리학에 기반을 둔 연기에 관심이 없습니다. 세트 안에서 어떠한 인물에 대해 이런 느낌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이 싫다고나 할까요.”

단테의 신곡 번역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에서 출발한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확장되기 시작했다. 단체의 정신과 시대성이 고전주의 시대의 정신을 관통하면서 배우들은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다.

 “단테의 신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0년 어떤 책에서 신곡을 인용한 부분을 읽게 되면서였습니다. 언어의 독특함에 매력을 느꼈지요. 롱펠로우의 번역은 20년이나 결렸다고 해요. 그 방대한 주석에도 관심을 갖게돼 사람들에게 꼭 읽어볼 것을 권하죠.”

 감독이 생각하는 단테의 시절은 가톨릭교의 정치적인 혼란기였다. 과거에는 시를 쓴다고 하면 종교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단테의 신곡에는 천국, 지옥, 연옥을 모두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내용이 한 여성에 대한 사랑과 연결돼 있어 신적인 것보다는 현실세계, 즉 인간적 측면이 포함돼 다르다는 것. 문학의 전환점에 단테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람들은 가끔 현실 속 지성인들이 인위적이면서 가식적으로 자신의 지식을 뽐내 불편할 때를 종종 목격하곤 한다. 영화 속 캐릭터들 또한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집착을 하면서도, 결국 그로인한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인지하지 못해 대인관계의 위기마저 느끼게 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단테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이 지금 이 순간, 부럽다. 그 이유를 감독의 답변에서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살롱이라는 공간이 지금 미국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같은 시기에 제가 읽는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드문 현실이죠. 결국, 살롱은 유토피아로만 남아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한편, 영화 ‘고전주의 시대’는 10일 오후 8시 30분 CGV8관에서 마지막 상영을 남겨두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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