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기지 않아야 특별자치도다
빼앗기지 않아야 특별자치도다
  • 노상운 前 논설위원
  • 승인 2024.03.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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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운 前 전북도민일보 총무국장<br>
노상운 前 전북도민일보 총무국장

전북특별자치도가 무엇인가. 특별자치도의 생명은 무엇인가. 자치(自治)란 스스로를 다스린다, 즉 내 것을 남에게 뺏기지 않고 ‘현재의 것’ 위에 다른 것을 덧붙여 발전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전북의 역사는 10개쯤 얻으면 5개쯤 뺏기는, 어렵게 얻었다가 너무나 쉽게 5개 정도가 빠져나가 버리는 매우 더딘 발전 보폭을 내딛어왔다. 들어온 것, 가져온 것이 어떻게 나가는지, 박탈당하는지 감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상황이 끝나버리는 허망한 악순환이다.

지난 10년간의 사정부터 짚어보자. 군산의 현대중공업 조선소는 5~6천 명 노동력 규모가 5년 동안 정지되었다가 작년 900명의 규모로 재가동되었다. 대우자동차로 출범하면서 30만 대 승용차 생산능력에 차량 전용 수출부두, 자동차 주행시험장 등 첨단 시설을 갖추었으나 2000년 한국GM으로 주인이 바뀌고 2017년 문을 닫았다. 토지공사 본사가 전주혁신도시 이전으로 확정됐다가 MB정부 때 진주주택공사로 병합되었다.

세계 유수의 군산 F1그랑프리 경기장은 완공되자마자 허물고 골프장으로 변질됐다. 의대를 보유한 남원 서남대가 2018년 문을 닫았고 남원 인구는 1만 명의 인구 증가 수요가 사라졌다. 작년 KCC농구단이 부산으로 옮겼다. 현대차 완주공장은 전기차, 수소차의 세계 선두주자로 운을 띄웠으나 전주시내 전기차 버스가 중국산으로 대기하고 있다.

통칭 4만 8천명의 세계 젊은이들이 모인 ‘새만금잼버리스카웃’은 시작하자마자 개꼬리가 되었다. 운영자금 2천억 원 중 8백여 억만 현지 집행으로 내려오고 중앙부처에 천백여억 원이 남겨저 파탄 뒤처리에 쓰였다는 의구심도 남아있다. 군산 거점의 이스타 항공은 오너인 현직 국회의원이 횡령죄로 갇히면서 이름 없는 1개 읍의 회사로 강제 매각당했다.

더욱 급하고 중대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바로 하림의 HMM 인수 문제다. 지난달, 불과 그 한 달여 전에 확정되었던 하림의 HMM 인수 우선 협상자를 산업은행이 협상 결렬로 운을 띄운 상태다. 통상 6개월이 걸려 세부사항 검토와 협의를 완수하는 다른 경우와 달리 불과 1개월여 만에 황급히 결론을 내려 한 시점부터 의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지금 총선기간이다. 이 중대한 사업체(국내 제일은 물론 세계 10위급이라고 한다.) 인수 과정은 당연히 국회와 언론의 주목을 끄는 게 상례다. 총선 때문에 이 기본적인 두 눈을 슬쩍 가리면서 해치워버리는 이른바 ‘음모의 술수’가 가동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일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발하면서 세계적 기업의 인수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특별한 선물이 만들어졌지만 갑작스럽게 협상 결렬을 노정시키면서 전북특별자치도의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빼앗기지 않을 특별자치도의 본질이 시작부터 훼손된다면 앞으로 전북은 ‘계속 박탈당하는’ 유산 마이너스 현상을 결코 극복하지 못하게 된다.

총선 이후는 너무 늦은 시기다. 지금의 3월달 전북의 선량들이 먼저 국회를 열어 국회 수준 감시를 펼쳐야 한다. 산업은행의 결정 과정을 세세히 따져서 절대로 지역 편향이나 산업은행 편의 위주의 의식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다잡아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 행로가 첫 무대부터 성공적으로 갈 교두보이기도 하다. 전북도, 지방의회, 시민단체 등 모두가 3월에 매듭을 짓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이는 비단 ‘하림의 HMM’에 국한되지 않는다. 앞으로 닥칠 많은 새만금 진전이 이와 같은 비상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를 함양, 선양해 나가는 지름길이다.

노상운 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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