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 건설재해, 이렇게 예방하자
해빙기 건설재해, 이렇게 예방하자
  • 구채칠 안전보건공단 전북본부 건설보건부장
  • 승인 2024.03.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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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칠 안전보건공단 전북본부 건설보건부장

 동장군이 점차 꼬리를 감추고 있다. 기상청은 3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벚꽃 개화 시기도 작년보다 1주일 정도 앞당겨질 거라는 소식이다.

 몸과 마음이 녹는 기분좋은 봄이지만 산업현장에서는 봄이 다가올수록 안전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충남 태안군에서는 아파트 옹벽이 무너져 차량 9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겨우 내 얼었다 녹았던 지반이 약해지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그나마 새벽시간이라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봄이 되면 건설현장에서도 겨울철에 중단되었던 건설공사가 재개되면서 사망사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사망자만 86명에 달했다.

 해빙기 건설현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고 중 하나는 절토 사면 붕괴사고다.

 공사를 위해 흙을 깎아내는 작업을 절토라 하는데 해빙기에 눈이 녹거나 비가 내리면 토사 중량이 커지면서 아래로 쓸려가면서 큰 사고로 이어진다.

 실제 2022년 3월 경남 창령군에서는 배관 설치공사 중 굴착면이 붕괴되면서 배관을 청소하던 근로자가 매몰되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반이 약화되면서 건설기계들이 중심을 잃고 넘어가는 것도 큰 사고로 이어진다.

 눈이 녹거나 빗물이 스며들면 땅이 지지하는 지내력이 떨어져 건설기계가 넘어지면서 근로자를 덮치거나 운전자가 떨어질 위험이 생긴다.

 2021년 3월 울산 울주군에서는 외벽 보수공사현장에서 고소작업대가 균형을 잡기 위해 땅에 고정하는 장치인 아웃트리거를 내렸다가 지반이 무너지면서 근로자가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흙막이지보공이나 옹벽 붕괴사고도 큰 위험이다.

 아파트나 고층 건물을 지을 때 지하 굴착면이 무너지지 않도록 흙막이지보공을 설치하는데 지반이 녹으면 토압이 증가하면서 무너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16년 2월 경남 김해시에서는 옹벽 상부 콘크리트 철거작업 중 보강토가 무너지면서 자재와 토사가 쏟아지면서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해빙기 건설현장에서의 절성토 붕괴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로를 설치하고, 빗물이 침투하지 않도록 천막을 덮어 사면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붕괴 위험을 고려하여 굴착면은 적절한 기울기를 확보하고 흙막이지보공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장에 건설기계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면 지반이 가라앉거나 변형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연약한 지반에 잡석을 덮어서 보강하고, 받침대 등을 설치하는 등 기계가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흙막이지보공은 균열이 있거나 변형된 곳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일 상부에 토압을 가할 수 있는 차량이 지나가거나 무거운 중량물이 있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굴착면에는 배수로를 설치하거나 지보공을 좀더 보강하면 좋다.

 해빙기에는 건설현장 곳곳이 근로자들을 위협하는 위험에 노출된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패트롤 점검 등 해빙기 사고위험이 높은 건설현장들에 대해 집중점검하는 한편 홈페이지를 통해 해빙기에 발생하는 주요 사망사고 사례와 사고별 주요 원인 등을 담은 ‘해빙기 건설현장 길잡이’와 함께 건설현장 핵심안전수칙 및 점검사항을 배포하여 사업장 자체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도록 돕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장에서 자발적으로 위험성평가를 통해 현장의 위험요인을 찾고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낸다는 주인 의식과 적극적인 활동이야말로 따스한 봄날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따스한 봄날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구채칠 <안전보건공단 전북본부 건설보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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