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무엇이 문제인가?
늘봄학교, 무엇이 문제인가?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
  • 승인 2024.02.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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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가 쏘아 올린 ‘늘봄학교’가 교육계 내부의 저항에 직면하며 내홍을 겪고 있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8시까지 연장하는 정책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제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돌봄은 우리 공동체 모두의 책임이고, 또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이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함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의 헌법상 책임이다”라며 늘봄학교 도입과 확대에 대한 당위성을 천명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통령 의지에 화답하며 2023년 시범 도입된 늘봄학교를 2024년 1학기에 2,000개 이상 2학기에는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며 이후 2025년에는 저학년뿐만 아니라 고학년까지 늘봄학교 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반대의견 또한 확산하며 그 당위성에 의문부호를 찍고 있다. 이른바 반대 여론의 핵심은 첫 번째로 늘봄학교가 맞벌이 부부의 육아와 저출산 문제 등 사회적 난제 해결을 위해 아이들을 온종일 학교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타당하고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실제 운영상의 문제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즉 누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며 이에 수반되는 재정적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결국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로드맵 없는 ‘설익은’ 늘봄학교가 기능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두 번째는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를 넘어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여타 기관들과 ‘밥그릇 빼앗기식’ 출혈경쟁도 문제다. 그 중심에는 민간 사회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2004년 아동복지법에 근거하여 법제화된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18세 미만 아동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돌봄과 교육 등 종합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용 대상이 늘봄학교와 겹치게 된다는 점이다. 지역아동센터가 취약계층 아동은 물론 정원의 50%까지 일반 아동 대상에게 돌봄과 교육 등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지만, 저녁 식사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늘봄학교의 확대 운영은 지역아동센터에 분명 큰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학부모의 우호적 입장이 더해지며 향후 늘봄학교로의 아동 이동과 쏠림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공공 돌봄 정책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비단 늘봄학교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8년 지자체에 의해 설치·운영되고 있는 공공부문 ‘다함께 돌봄센터’가 이미 민간 부문 지역아동센터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가뜩이나 이용 아동 감소로 운영난에 봉착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존립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아동의 돌봄과 교육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늘봄학교와 지역아동센터가 교육부와 복지부로 이원화되며 오히려 통합을 저해하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물론 늘봄학교가 학부모의 돌봄 부담을 줄여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교육격차 해소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나아가 학교 내 돌봄을 통한 친밀한 관계 형성으로 정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돌봄과 교육에 대한 국가책무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무너지고 있는 가족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함을 결코 간과해서 안 된다.

마지막으로 늘봄학교와 지역아동센터가 향후 각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그 때문에 협력과 조화가 어려워지고 나아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과 협력 강화를 위한 상생 모델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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