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手)개표 도입,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수(手)개표 도입,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 송상재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승인 2024.02.12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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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재 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개표 사무원이 투표지를 손으로 재확인하는 수검표 절차가 도입된다.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부정 투·개표 의혹이 반복되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수 수(手)개표를 도입하고, 투표함과 투표용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공무원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투표지 분류기를 통한 개표 조작 의혹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앞으로는 투표지 분류기의 분류 절차와 심사계수기의 검표 절차 사이에 사람이 직접 손으로 검표하는 절차를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대만은 대표적으로 아시아권에서 수개표를 하는 국가이다.

 “대만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왜 못하냐”고 하지만 대만인구는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2,400만명이나 운영하는 투표소는 우리의 1만4,464개보다 3천개 이상 많은 1만7,795개이다. 여기서 대만과 우리는 여건을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고, 선거개표원들의 피로도 문제와 선거발표 지연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총선 수검표 절차 도입은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미 공무원들은 법정공휴일인데도 선거사무에 희생해야 하는 것은 물론 노동강도 대비 낮은 수준의 수당에 대해 불만이 많은 상태였는데, 여기에 수개표 업무까지 떠맡게 되었다.

 투표사무에 동원되는 공무원의 경우 투표가 시작하는 오전 6시보다 1시간 정도 더 일찍 출근해야 하며, 전수 수검표 도입 시 다음 날 오후까지 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평균 14~24시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하루 14시간 이상 새벽출근 밤샘야근의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시간당 1만원도 되지 않는 선거사무 수당은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수준이다.

 개표업무 시간이 길어짐에 따른 업무공백 문제도 발생한다.

 공무원의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이틀간의 선거사무 강제동원으로 인한 업무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수검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국 각지 민원인들의 불편에 대한 대책을 세웠는지 묻고 싶다.

 투표함과 투표용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공무원에게만 부여하는 방안은 공직선거법 제174조와도 배치된다.

 공직선거법 제174조에 따르면 개표사무원은 공무원, 학교 교직원, 은행직원, 공기업 임직원, 공정하고 중립적인 시민 중에서 위촉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수개표에서 공정성 이유로 공무원만으로 제한하였다. 그럼, 그동안 선거 개표 사무가 공무원 이외 국민들이 참여해서 공정성을 해쳤었는지 반문하고 싶어진다.

 수당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2024년 정부예산 편성안에 따르면 정당이 추천하는 투·개표참관인 수당은 6시간에 10만원이지만, 공무원과 시민으로 구성된 투표관리관과 투·개표 사무원들의 수당은 14시간에 13만원이다. 14시간 동안 화장실과 식사를 할 시간도 없이 일하고, 새벽출근 밤샘야근의 고강도 업무에 대한 대가가 시급 9,290원이며 이는 9,860원인 2024년 최저시급을 한참 밑돈다. 6시간 동안 투표 참관만 하는 정당추천 참관인이 받는 수당은 10만원이며, 시간으로 환산하면 16,670원이다. 투·개표참관인보다 투표관리관과 투개표 사무원들은 상대적으로 더 오래, 더 많은 일을 함에도 더 적은 수당을 주는 정부의 예산 책정은 납득하기 어렵다.

 수(手)개표 도입 시 공무원의 이해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수(手)개표를 도입은 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선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을 기대된다. 하지만, 수개표 도입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없다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선거를 치르면서 어느 집단의 일방적 희생이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도 우리 정부와 국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송상재<전북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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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 2024-02-12 17:01:46
수개표 반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