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착한 사람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사람이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관계로 얽히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갈등과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그것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가려면 기본적인 사회생활에 필요한 법을 잘 알고 이것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가정과 학교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직접적인 법적 분쟁을 겪는 일이 거의 없고, 만약 법적 분쟁상황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어른들이 대신 해결해주기 때문에 법을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나 고등학생이 일찍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거나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되고, 법률관계의 주체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근로기준법의 핵심내용 정도는 알아야 한다.
실제로 청소년에서 성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는 용돈이나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법을 잘 모르고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근로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을 겪거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그들이 미리 근로기준법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았다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된 계약을 통해 법적 분쟁을 피하고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의 나이가 다가오면 반드시 근로기준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요즘은 국민들의 지식수준이 올라가고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의 경우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얻는 정보를 통해 자기 권리를 지키는 경우도 많지만, 파편적인 정보와 지식만으로는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고 사후대응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시간과 비용 때문에 권리찾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교육이나 학교 밖 청소년 교육과정에 근로기준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특히 근로계약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사례들을 중심으로 핵심적인 내용 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생긴 후에 도와주는 것보다는 청소년들이 법적 주체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올바른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에 대하여 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된 근로기준법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형식적으로 수박 겉핥기식 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도 신청한 학생들만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근로기준법 교육이 이루어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이제는 정규교육에 근로기준법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교육과정이 편성되어서 실제 근로현장에 나갔을 때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의 핵심내용과 사례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고, 학교 밖 청소년들도 마찬가지다.
청소년들은 단순히 어른들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들이 건강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필수교육과정에 편성하여 실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내용을 교육해야 하고,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올바른 교육을 해야 한다.
호모 라보란스(Homo Laborans) - 노동하는 인간이라는 말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고 그 노동이 어떤 것이든지 신성하고 가치있으며 자신의 자아실현 수단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당국과 어른들의 책무이다.
김학수<전북변호사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