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하천으로 승격하는 전주천의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며
국가하천으로 승격하는 전주천의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며
  •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 승인 2024.01.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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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 부근에 ‘슬치’라는 이름의 둥근 고개가 있다. 옛날에 한 도인이 비파를 뜯으며 이 고개를 넘어왔다 하여 비파 슬(瑟), 고개 치(峙)자를 쓴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슬치고개(박이뫼산)의 북쪽이 전주천의 발원지다. 전주천은 슬치고개로부터 북서쪽으로 흘러 수원천과 합류하고, 전주시 덕진동에서 삼천과 만나 만경강으로 유입되는 총연장 24.87㎞의 하천이다.

 전주천이 관류하는 시내 곳곳은 문화재보호구역(경기전, 전주향교, 한벽당, 오목대·이목대, 전동성당)으로 지정되어 있다. 전주천에 조성된 산책로는 시민의 휴식처이자 여가활동 공간이다. 이렇듯, 전주천은 문화·환경·생태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천이 인간에게 너그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주천에서 수위가 상승할 때 내수 배제 장애로 상습적인 도시침수가 발생하는 5개 구간(야전지구, 진기들지구, 어은지구, 덕적지구, 계곡지구)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전주천에는 홍수를 조절할 수 있는 댐 등이 없어 홍수량을 하천 스스로 오롯이 견뎌내야 한다. 범람하는 빗물을 흘려보내기 위해서는 하천 단면이 넉넉해야 하는데, 도심하천 특성상 하천 단면 확장이 어렵고 횡단하는 교량도 많아 유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그동안 전주천은 삼천 합류점부터 만경강 합류점까지 약 7㎞ 구간은 국가하천으로, 삼천 합류점 상류 구간은 지방하천으로 지정되어 관리 주체가 이원화되어 있었다. 같은 전주천이지만 지방하천 구간은 국가하천 구간에 비해 재정력·행정력 투입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방재정은 주로 친수시설 설치와 땜질식 소규모 하천 정비에 투입되었고 치수 안전성을 위한 하천공사는 후순위로 밀렸다. 예컨대, 전주천의 2022년 계획홍수량이 2019년에 비해 20% 이상 증가하여 상관저수지 개선 등 대규모 재정투입이 필요하지만 지방재정 여건상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2월 환경부는 극한의 호우에도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치수 패러다임 전환대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 2월 전주천과 삼천의 합류점부터 수원천 합류점까지 약 14.75km에 달하는 상류 구간이 국가하천으로 승격되어 10월부터 환경부가 직접 관리한다.

 이에 따라, 전주천도 중앙정부의 일관된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하천 상·하류를 연계한 통합적인 하천관리가 가능해졌다.

 전북지방환경청은 국가하천 관리주체로서 전주천권역 하천기본계획을 수립중(‘22∼’24)이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단체, 관련 기관, 학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전주천의 이·치수 안정성, 자연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독장난명(獨掌難鳴)이라고 했다. 특히, 하천 치수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협치와 상생이 중요하다. 전주천의 국가하천 승격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의 바람직한 협업모델을 창출하고 하천의 품격을 한차원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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