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날 유감
농업인의 날 유감
  • 강석진 전 진봉농협 조합장
  • 승인 2023.12.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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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前 진봉농협 조합장<br>
강석진 前 진봉농협 조합장

지난 11월 11일 11시는 제 28회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이 국민 경제의 근간(根幹)임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 식탁을 책임지는 216만 농민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기념식은 ‘농업은 국가의 미래 농촌은 국민의 고향’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한민국 농민인 한마음 대축제로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은 농민과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인 흙을 뜻하는 한자 토(土)가 십(十)과 일(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착안 1996년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다.

흙 토(土)를 풀어쓴 11이 세 번 겹치는 11월 11일 11시에 기념식을 개최하여 ‘흙을 벗 삼아 흘과 살다가 흙으로 간다’는 농사철학(哲學)이 담겼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들은 농민의 날 행사가 무슨 큰 의미가 있냐고 반문(反問)하고 있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는 농업과 농촌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농민들은 질곡(桎梏)과 오욕(汚辱)으로 점철된 5천년 역사의 면면(面面)을 지켜온 우리나라의 주인이었다.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깨끗하고 고향의 넉넉한 인심 공동체의 정신의 상부상조(相扶相助)가 파괴되고 아이들 울음소리, 활기차게 지나다니는 청년, 흥겨운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거의 사라지고 간간히 불어오는 서풍마저 을씨년스럽게 부는 고향 마을이 되었다.

새마을 사업과 지방자치 후 어느 정도 지붕 개량으로 주택이 깔끔해 보이고 도로가 포장되고 도시나 공단에 근무하는 아들, 딸들이 주방이나 거실을 개량해주어 겉으로 보기에는 윤택해 보일지 모르지만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가의 일 년 농업소득은 전년대비 26.8% 하락한 948만5천원으로 약 30년 전인 1994년 1032만5천원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통계청이 화폐가치 계산으로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모든 농자재 값은 2배 상승하여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농가 소득이 30년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이다. 1년 365일 피땀 흘려 농사지어 얻은 소득이 월 80만원에도 못 미치니 농사지어서는 최저 임금도 못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2002년 359만 명이던 농가 인구가 2021년 216만 명으로 쪼그라 들었고 같은 기간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이 26.2%에서 50%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후 위기로 인한 각종 농업의 재난, 극심한 인력난, 치솟는 생산비, 홍수(洪水)처럼 수입되는 농축산물 등 농업인의 날이 농민의 날로 다가오지 않는 현실과 괴리(乖離)를 보이는 행사는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 위기(危機)는 기회(機會)라고 했다. 글로벌(global)시대에 고립되지 않고 살아남기 이해서는 새로운 삶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퇴로(退路)가 없을 때는 전진(前進)하는 방법 외의 다른 도리가 없다.

WHO, UR, FTA의 물결을 비관적으로만 대처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협상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고 수출국보다 더 빠르게 지혜를 발휘하면 의외의 농업 발전을 기대할 수가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 농민들은 세계가 인정하는 부지런하고 근면성실(勤勉誠實)하게 우리의 먹거리를 지켜온 주역(主役)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농민들의 노고와 헌신에 모든 국민들께서 신뢰와 사랑을 주시기를 기원한다.

 

강석진 <전 진봉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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