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가족은 없다
비정상가족은 없다
  • 이윤애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 승인 2021.05.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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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인 사유리씨가 한 육아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비혼 출산을 부추긴다’며 방송출연을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쳤다. 사유리씨는 정자를 기증받아 자발적 비혼모 되기를 선택했고 당당하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서 방송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시작되었고 응원도 이어졌다.

결국 사유리씨의 방송출연은 비혼모에 이어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의 논쟁으로 이어졌다. 그녀가 쏘아올린 작은공이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킨 셈이다. 그동안 결혼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족은 비정상가족이고 비혼모가정을 결핍된 가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기본단위를 가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현행법이 ‘정상가족 신화’를 부추긴다며 법의 개정을 촉구해왔었다. ‘혼인과 혈연만이 가족의 전부였던 시대는 지났고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69.7%에 달한다’며 사회적 변화와 동떨어진 법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가족구성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하고 차별 없는 지위를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법에서 정한 ‘건강가정’의 개념이 전통적 정상가족 중심의 가족유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동안 쓰여 왔고 이러한 개념정의 자체가 ‘정상성’으로 왜곡되는 효과를 발휘해 왔다. 한부모, 비혼모, 조손가정이라 해서 건강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문제가 있는’ 혹은 ‘결핍된’ 의미로 사용되고 비정상의 범주에 가두는 데 한몫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7일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다행인 것은 이번 계획은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기반을 구축하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을 보장하고,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체계를 강화하며, 함께 일하고 돌보는 사회환경 조성이 기본계획의 주요내용이다.

예를 들어 자녀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하면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으로 정할 수 있도록 민법개정을 추진하고 ‘혼외자’구분도 폐지한다. 의료기관이 출생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부모는 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구하라법’도 준비한다. 앞서 법무부에서도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해 부양의무 위반,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할 경우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경직되고 협소한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고 ‘건강하지 않은 가정’을 전제로 하는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도 개선하겠다고 한다. 이번 정책의 기본 관점은 가족의 다양성과 보편성 그리고 성평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 중심문화에서 벗어나 가족구성원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가족 내 성역할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맞춰 사회적 여건도 성숙하여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자녀학대 관련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모가 자녀가 사망하자 불쑥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한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이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천착되어 놓치고 왔던 부분들에 대해 숙고할 시간이다.

비정상가족은 없다. 가족이 있을 뿐이지.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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