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4> 칵테일-술에 술을 타서 만든 술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4> 칵테일-술에 술을 타서 만든 술
  • 이강희 작가
  • 승인 2021.03.2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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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은 술에 술을 섞어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알코올성 음료다. 칵테일은 알코올이 들어있는 술을 기본재료로 활용하는 것이 당연지만 그 외에도 흔히 마시는 비(非)알코올성 음료와 과일주스를 사용해서 만들기도 한다. 사용되는 재료가 많은 만큼 다양한 칵테일이 있다.

일반적으로 탄산이 많은 술인 비어와 스파클링 와인은 잔의 길이가 길다. 술의 특징인 탄산가스의 기포가 움직이는 것을 즐기게 하려는 배려에서 시작되었다. 레드와인은 향을 맡기 위해 잔의 볼이 넓다. 반대로 화이트와인은 향보다는 차갑게 마시기 위해 잔의 크기가 작다. 위스키나 브랜디를 마실 때 사용되는 잔은 향을 맡기 위해 레드와인처럼 잔의 볼이 넓지만 알코올도수가 높아서 잔의 크기가 작다. 이렇게 술이 가진 특성에 따라 잔의 모양이 나눠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술이 어우러지는 칵테일은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와 모습뿐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결과물의 색깔까지 다양하다보니 정해진 틀 없이 여러 모습의 잔이 사용된다. 한두 가지 형태의 잔으로 칵테일의 자유분방함을 가두기에는 너무도 가혹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술 문화도 오랜 기간 칵테일보다 더 자유분방했지만 1970년대 군사정부가 소주에 대해 ‘1도(道)1사(社)’정책을 시작하면서 획일화된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도 맥주와 양주라고 부르는 위스키나 브랜디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를 탄생시켰고 이어 소주(燒酎)와 맥주(麥酒)를 잔에 섞어서 마시는 ‘소맥’을 탄생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에게도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 서민적인 칵테일이다. 술을 섞는 것이다 보니 칵테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음식점에서 파는 술을 이용해서 만들어 마시다보니 칵테일이라는 이름보다는 ‘소맥’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섞는 것은 완성된 술을 섞는 게 원조가 아니라 만들 때부터 섞는 게 원조다. 청주나 탁주, 비어나 와인 같은 발효주는 잘 만들어진 술이라고 하더라도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보관을 잘못하면 신맛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를 방지위해 땅이나 동굴에서 술을 보관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다. 가까운 지역에서는 러한 방법을 사용해 보관해도 되었지만 거리가 멀거나 더운 지역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술은 만들어진 곳에서 멀리가지 못했고 각 지역에서 만들어 소비되었다. 그러던 중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이 보급되면서 더 이상 신맛을 가진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발효를 하는 중에 증류주를 넣어서 발효를 하면 높은 알코올 도수로 인해 더 이상 변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너리를 발견해서 만들어진 술이 바로 포르투갈의 포트(Port), 마데이라(Madeira)와인과 에스파냐의 셰리(Sherry), 프랑스의 뱅 두 나투렐(Vin Doux Naturel), 이탈리아의 마르살라(Marsala)와 같은 술이다. 발효되는 과정이나 후에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를 섞어 신맛의 원인을 차단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술이 전해지고 있다. 바로 과하주다. 지나간다는 과(過)와 여름을 의미하는 하(夏)를 붙여 더운 여름동안에도 신맛으로 변질되지 않는 술을 의미하는 과하주(過夏酒)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언급되는 때는 조선 태종 때다. 이후 여러 고문헌에서 언급되었고 만드는 방법까지 기술되어 있다. 쌀로 밥으로 짓고 발효시켜 술을 만들던 우리 조상들은 여름에 술빚기가 어려워지자 기존에 만들어진 술을 밥에 부어 누룩과 섞어 술을 만들었다. 원래 만들던 방법에서 고려 때 유입된 소주를 사용하면서 더욱 품질이 좋아졌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참고로 김천지역에서 만드는 과하주는 그 유래가 전혀 다르다.

당시에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미생물의 활동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던 때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던 시절임에도 증류주를 섞어 술을 만들었다는 것은 경험에서 나온 지혜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인류는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섞어가며 또 다른 창조물을 만들어가고 있다.

/ 글 = 이강희 작가

 

◆2019년 세종도서 선정된 ‘맛있는 맥주 인문학’을 쓴 이강희 작가는 금융과 술을 주제로 지면과 화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외에 도서관과 기업체에서 술과 관련한 인문학 강연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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