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의 ‘순교자유해 부장물’과 ‘상징과일을 든 성모자상’
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의 ‘순교자유해 부장물’과 ‘상징과일을 든 성모자상’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2.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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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유물을 찾아서 5.

 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이하 박물관)을 품은 완주 천호성지는 19세기 중·후반 한국천주교 신앙인들의 생활지였다. 이곳에는 1866년(고종 3년, 병인박해) 12월 13일 전주숲정이에서 순교한 성 이명서 베드로, 성 손선지 베드로, 성 정문호 바르톨로메오, 성 한재권 요셉, 공주에서 순교한 김영오 아우구스티노와 수많은 순교자들이 묻혀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병인박해를 거치면서 신앙의 흔적을 남길 수 없었다. 하여 신앙선조들은 대부분의 박해기를 교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교우촌에서 신심서적과 성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복음생활을 했다. 교회문화재들은 20년 후인 1886년 선교의 자유가 허용된 이후에야 보존되기 시작했다.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 하나인 ‘순교자유해 부장물’은 2014년 8월 치명자산 성지에 묻힌 복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유중철 요한, 이순이 누갈다, 유문석 요한, 유중성 마태오의 유해와 함께 있던 접시다. 귀퉁이가 깨진 접시에는 ‘柳요안 정현, 1914 4.19日’이라 적혀 있다. 당시 이를 소장한 이가 누구였는지, 안에 있는 글의 내용은 무엇인지, 이 접시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짐작하는 바가 없다. 다만 당시 부장품으로 소장한 것으로 보면 순교자들이 이 접시를 실용적인 용도보다 신앙을 증명하는 뜻을 품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최영면 박물관 소장은 “이 접시는 천주교호남교회사에서 발굴했으며 학술 연구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오문옥 루시아가 기증한 ‘상징과일을 든 성모자상’도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유물이다. 13세기 후기고딕시대의 양식으로 상징과일을 든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는 고대 이집트 신화의 대모지신의 맥락과 이어져 있으며 동방교회에서는 테오토코스(Theotokos) 라는 학술명으로 다양한 이콘(IKON)으로 표현됐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손에는 각각 사과와 무화과가 들려있다. 축복하는 예수의 왼손과 가리키는 마리아는 왼손가락으로 독특한 수인(手印)이 보인다. 이를 통해 중세인들의 종교와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이휘빈 기자

 

 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

 완주군 비봉면에 위치한 천호가톨릭성물박물관(이하 박물관)은 2013년 12월 천호성지에 건립됐다. 2층 성 바오로관과 1층 성베드로관으로 구성됐다. 박물관은 신앙선조들의 기도를 오늘에 재현한다는 의미가 있다. 박물관은 세계의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이 삶에 간직했던 신앙문화유산을 통해 신앙의 신비를 배우고 체험하며 후손에게 물려주는 공간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하여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 성물들이 지니는 의미를 고민하고, 신앙인과 비신앙인들에게 그것을 쉽게 풀이하려고 마음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연유로 성물들은 다른 공예품이나 예술품과는 차별성을 지닌다고 밝혔다.

 성물박물관은 오전 10시에 개관하며 동절기(11월부터 3월까지)는 오후 4시 30분, 하절기(4월부터 10월까지)는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에 휴관하며 관람 및 자세한 문의는 전화(063-262-0801)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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