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조각가 배병희 귀국전…‘빌딩 위 시민들’
청년조각가 배병희 귀국전…‘빌딩 위 시민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4.01.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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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옛날, 동네 어귀에서 만난 이웃의 표정은 다양했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빈번하게 만나기도 했던 사람들. 시간은 흐르고, 건물이 수직으로 높아지면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보니 이웃의 표정을 찬찬히 훑어보는 일이 드물게 됐다. 청년조각가 배병희 작가가 세운 빌딩 위의 시민들은 얼굴이 아닌 현대문명의 산물인 옷가지와 소품, 스마트폰으로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독일에서 7년간의 유학생을 마치고 귀국한 청년 조각가 배병희씨가 고국에서 첫 번째 전시를 펼친다. 작품전의 주제는 '빌딩 위의 시민들…'로 1일부터 6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13일(오프닝 오후 6시)부터 18일까지 전라북도청기획전시실의 전주전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130cm 정도의 높이인 목재를 깎고 다듬어 완성한 시민들을 한 공간에 펼쳐보인다. 서로 다른 성별과 나이, 직업을 갖고 있고 다른 상황에 처했지만 어딘가 닮은 듯 보이는 사람들이다. 일에 쫓겨 자신들의 정체성과 개성을 잃고 똑같은 얼굴을 갖게 된, 얼굴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현대인들은 고독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배 작가는 특히 묘사를 절제하고 감정에 충실하며 느낌으로 끌질을 해나간다. 빌딩과 인체를 나무 한 덩어리로 표현하고, 나무의 무늬와 갈라짐을 자연스레 연결해 문명과 인간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성을 부각한다. 그런 다음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 다소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이 같은 과감한 시도는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전시공간의 중앙에는 230cm 높이의 대형 크기의 '빌딩 위의 시민'을 설치해 무게감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여기에 같은 주제를 현대무용가의 몸짓으로 풀어낸 영상작업도 붙여 주제를 더욱 부각시킨다. 영상 속의 무용가는 분주하지만 획일화된 현대인의 자아정체성을 빠르고 반복적인 혹은 정적이고 느린 몸짓으로 풀어내고 있다.

 배 작가는 "낯선 곳에서의 삶과 낯익은 곳에서의 적응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혼란스러웠고, 독일에서 겪은 낯선 감성과 귀국 후 변화된 한국사회에서 격은 감정을 아울러 표현했다"면서 "아직은 젊고 도전해 보고 싶은 일도 많은 만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펼쳐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대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독일 알라누스 예술대학원 조소과 석사를 마쳤다. 독일에서 2번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시대정신전과 전북현대조각회 등의 그룹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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