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계속된다. 문화는 살아있다
영화는 계속된다. 문화는 살아있다
  •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 승인 2021.05.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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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올해는 한국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뜻 깊은 해이다. 지난달 제93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인 배우 최초로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필자는 영화인은 아니지만 전북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연초부터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코로나19 기세가 꺾이질 않아 5월 개최 예정인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어떻게 치를까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4월30일 시작해 지난 8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간소한 폐막식을 가지고 열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축제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로 인해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행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를 개최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많았었다. 하지만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나름 성공한 가운데 잘 마무리 됐다는 생각이다.

올해 캐치프레이즈 ‘영화는 계속된다’는 것을 확인시킨 듯하다. 어떤 작품이 어떤 상을 탔는지는 필자에게 중요치 않다. 영화인들이, 영화매이나들이, 영화를 사랑하는 일반인들이 얼마나 즐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에 따르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오프라인(극장) 관객과 온라인(웨이브) 관객을 모두 합쳐 총 2만6,223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오프라인 관객은 1만3,466명으로 이 중 일반 관객은 1만410명, 게스트와 프레스 등 배지로 티켓을 발급받은 관객은 3,056명으로 나타났다. 극장 상영 회차 356회 중 332회차가 매진되어 93.3%의 매진율을 기록했다. 또,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관람한 이는 1만2,7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온라인 상영을 처음 시도한 지난해 7,048건보다 5,709건이 많은 수치로 전년 대비 81% 증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극장 상영 회차를 대폭 축소하고 전체 좌석의 33%만을 운영했다고도 한다. 코로나로 올들어 ‘대한민국 관광거점도시’인 전주 역시 예전답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단위로, 연인끼리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상당수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는 계속된다’. ‘문화는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젠 다 성장해 사회인이 된 두 아들의 엄마인 필자는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책 한 권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들 모두 영화를 무척 사랑하는 성년이 됐다. 스크린 속에서 펼쳐지는 스토리는 한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있고, 철학이 배에 있다. 또 사건의 전개과정을 통해 시대정신도 읽을 수 있는 단재미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대입하며 감상하다 보면 나름의 판단기준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고장에서 매년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바람이 있다면 전주시와 조직위는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세밀한 구성과 홍보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역문화는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어 참여율이 높을 때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인들만의 잔치로 안주한다면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전주에서, 전북에서 영화가 계속 이어지고 문화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하려면 반드시 지역주민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과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고, 인도에 ‘발리우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전주우드’가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그날까지 영화는 계속되어야 하겠다.

이정희 <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지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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