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36) 부대찌개 - 부질없다 - 고수레
[바른 우리말 산책] (36) 부대찌개 - 부질없다 - 고수레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5.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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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는 해방 후에 미군 부대에서 나온 고기로 끓인 것을 말한다. ‘부대고기’라고도 했는데, 그 부대고기를 넣고 끓인 찌개가 바로 ‘부대찌개’가 된 것이다.

‘부랴부랴’는 ‘불이야 불이야’가 줄어서 된 말이다. 즉 불이 났다고 소리치면서 내달리듯이 매우 급히 서두르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부리나케’라는 말도 같은 이치에서 나온 말이다. 옛날에 불씨가 귀할 때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데 빨리 쳐야 불이 일어나게 된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부리나케’는 ‘불이 나게’가 바뀐 말이다. 즉, ‘불(火)+이(토씨)+나(出)+게’의 구조를 가진 말이다.

‘부질없다’는 쓸데없고 공연하다는 의미다. 옛날 대장간에서는 쇠붙이로 연장을 만들 때, 쇠를 불에 달구었다 물에 담갔다 하기를 여러 번 해야 했다. 횟수가 많을수록 더욱 단단한 쇠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불질을 하지 않은 쇠는 물렁물렁하고 금세 휘어지기 때문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불질(이)없다’가 변해서 된 ‘부질없다’라는 말은 쓸데없고 공연하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고수레’는 원래 무당이 굿을 할 때,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씩 떼어 던지는 짓, 또는 그때 내는 소리를 뜻한다. 고수레에 대한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는데, 그 중 숙종 때 북애노인(北崖老人)이 지었다는 『규원사화』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신시 시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준 고시(高矢)씨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에게 불을 얻는 방법과 농사짓고 수확하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래서 후대에 이르러 들에서 농사짓고 산에서 나물을 캐던 사람들이 고시 씨의 은혜를 잊지 못하여 음식을 먹을 때면 ‘고시네’라고 했다고 한다. 이로부터 ‘고시네 → 고시레 → 고수레’ 로 변한 것이다.

이것은 근방을 다스리는 지신(地神)이나 수신(水神)에게 먼저 인사를 드리고 무사하게 해 달라는 기원의 뜻도 들어 있어 근처의 잡귀나 동물들에게 너희들도 먹고 물러가라는 주술적인 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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