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개혁의 시대가 온다
대학 개혁의 시대가 온다
  • 천호성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 승인 2021.05.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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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성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천호성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출생아 수가 1년에 100만 명이었던 1970년대, 그러나 2020년에 출생한 영아 수가 27만 명으로 70년대와 비교했을 때 무려 1/4로 줄었다. 출생아 수가 줄어듦에 따라 학령인구 수도 줄어들어 올해 많은 대학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국립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 국립대 9곳이 미달이었고, 지역의 대부분 대학도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예상하지 않았던 수도권의 일부 대학도 정원 미달이었다. 올해 대입 정원이 42만여 명, 3년 후인 2022년에는 30만 명대로 줄어들 상황이다.

대학 입학 정원이 줄어들면서 대학의 구조 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처럼 대입 정원 확보를 못하거나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교육부의 심사를 통해 해체되고 만다. 지역 대학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학 구조 조정의 여파는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과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 문제로 이어진다. 그뿐 아니다. 대학이 줄어들면 입시생들을 지도하던 학원들도 폐업하는 곳이 늘어가고, 학교 주변의 상가나, 식당가, 숙소들도 타격이 커질 것이다. 대학과 연결된 지역의 경제가 위축되고 만다. 이것이 사상 초유의 출생률 0.84%가 보여주는 교육계 주변의 현실이다.

현재 대학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떤 대학들은 입학생들의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아이팟 이어폰을 제공한다고 한다. 또, 어떤 대학들은 정원 미달을 해결하기 위해 무시험 입학도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올해 처음 무시험으로 대학을 입학한 학생 수가 수시 입학 학생들을 포함하여 대입 정원의 50.17%로 절반을 넘어섰다. 대학들이 이러한 자구 노력으로 학생들을 모아보려고 하지만 학령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소멸을 대응하는 해법과 함께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찾아야 한다.

대학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입 정원 감소와 입학생 미달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년간 제기되어 왔던 수능 입시 경쟁을 해결할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입학 정원이 줄어든다면 더 이상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의미 없어진다. 또, 생존을 위한 대학 간 연계가 불가피해지고, 대학 서열화와 OECD 국가에서 상위 3위에 해당하는 민간지출 분야, 즉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의존해왔던 대학 운영의 문제 등 그동안 고등교육의 문제로 거론되던 일들을 개혁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특권학교가 폐지되고 지역과 협력하고, 우수한 인프라와 역량을 가진 대학으로 발돋움하여 지역의 다양한 산업과 연결된 인재를 육성한다면 굳이 좋은 대학을 찾아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지역 대학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기보다 지역의 여건에 맞는 인재 육성과 시대적 상황에 맞게 대학의 틀을 바꾸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지역과 함께, 공교육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의 산업 기반과 연계한 학생들의 진로까지 염두한 새로운 대학의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들을 잘 키워 서울로 취업 보내려는 대학이 아니라, 지역과 협력하고 지역을 위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진로, 취업을 목표로 하는 20대만을 위한 대학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에 열려 있는 평생교육 영역으로 확대하여 지역의 공공성을 확대해가야 한다.

대학, 당분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불가피하다.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지역과 함께, 지역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입시 제도를 폐지하고, 과감한 대학 개혁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이제 대학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못하는 날이 올 것이다. 대학 개혁 시대가 곧 온다.

천호성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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