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노출된 대학 원룸가…이대로 괜찮은가?
범죄에 노출된 대학 원룸가…이대로 괜찮은가?
  • 장수인 기자
  • 승인 2021.05.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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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출입문 도어락
원룸 출입문 도어락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가 적혀있다고요?”

최근 대학가 원룸가에 현관 비밀번호 등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1시께 원룸 등이 밀집된 전북대학교 원룸가 일대를 돌아봤다. 원룸 곳곳에서는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적혀있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최근에 지어진 건물들보다는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일수록 쉽게 발견됐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설치한 공동현관 도어락 비밀번호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자칫 주거침입 범죄로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전주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이모(여·22)씨는 최근 무서운 일을 겪었다. 늦은 밤 자취방인 원룸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중, 원룸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주문하지 않은 ‘배달음식이 왔다’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순간 이씨는 최근 택배기사 등으로 가장해 집안에 침입한 뒤 범죄를 저질렀던 강력 사건들이 떠올라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당시를 회상하던 이씨는 “10초도 채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 주문하지 않은 배달음식을 가지고 왔다는 배달원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다행히 집을 찾아 온 배달원은 ‘주문한 적 없다’는 답변을 듣고 순순히 발걸음을 돌렸지만 굉장히 무서운 10초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몇 달 전 원룸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입구에 버젓이 적혀있는 것을 발견한 뒤로 복도에서 들리는 소음에 굉장히 민감해졌다”며 “집주인 아주머니께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사실을 아시냐고 여쭤봤더니 ‘음식배달원, 택배기사들 불편 해소하려고 적어놨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고 이사를 계획 중이다”고 토로했다.

대학 원룸가 공동 현관문의 비밀번호 공개 등으로 인한 무단주거칩입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발생한 주거침입 범죄는 총 1천53건이다. 이중 760건이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검거됐다.

주거침입범죄는 노출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가 불특정 가구를 침입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거나, 공동현관을 들어가는 피해자를 따라 들어가는 수법으로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달 전주시 서신동에서는 공동주택 비밀번호를 누르며 집에 귀가하던 여성을 따라 들어간 30대 남성 A씨가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A씨는 따라간 여성의 집 앞에서 3분 이상 머무르다 집 안에 있던 여성의 가족이 나와 ‘가라’고 하자 별다른 범행은 저지르지 않고 집을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이나 원룸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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