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잃어가는 미국의 황화론
자신감을 잃어가는 미국의 황화론
  • 이정덕 전북대 교수
  • 승인 2021.05.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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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후 미국은 중국을 적으로 만드는 작업에 더욱 거세게 매달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중국의 무역갈취나 중국바이러스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불안에 빠진 미국인들에게 중국 때문에 미국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세계패권이 약화되면서 불안을 느낀 미국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감정적인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서양에서 여러 번 나타났던 황화론의 최신판이다.

내부 불안이 심해질 때 외부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일은 정치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정부는 국민들의 절망을 조선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돌려 조선인 학살을 자극하며 국민들의 정부공격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독재시절 간첩단을 자주 조작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북괴로 향하게 만들었다. 유럽에서도 중세에서부터 불만이 높아지면 왕이나 집권자들이 유태인이나 마녀를 적으로 만들어 학살했던 일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또한 1241년 몽골제국의 유럽침략 이후 황인종이 백인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황화론이 여러 번 나타났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바이든도 중국을 미국의 적으로 만들어 내부불만을 외부에 대한 적개심으로 표출하도록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엘리트들이나 국민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문제들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국민의 관심과 불안을 외부적으로 투사시키게 만드는 단기적인 마취제일 뿐이다. 미국의 이성적인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뿐만 아니라, 중국은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어 동서양의 분열과 갈등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을 8년간 점령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체제로 변화시켰다. 미국은 1900년대초부터 미국의 체제가 세계에서 가장 정의로운 체제이고 따라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체제를 따라야 한다는 맹목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신념은 인권과 자유의 측면에서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도 있으나 과도하면 독이 된다. 중국을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바꾸겠다는 미국지도자들의 생각은 현실적으로 중국을 그렇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중국이 정의롭지 못한 국가이어서 계속 공격하겠다는 구실에 가깝다.

미국 엘리트들의 지속되는 중국공격에 따라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적대감이 치솟고 있고, 유럽이나 세계에서의 중국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어찌어찌 하여 중국에서 공산당을 무너뜨린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자유민주주의체제로 가기보다는 이라크나 시리아처럼 혼란한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 이보다 더 높은 가능성으로 중국공산당이 유지될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세계사적인 경제성장으로 대체로 중국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탄탄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중국국민들은 중국공산당이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양에 당한 치욕을 벗어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이미 세계 대부분 국가들은 미국보다 중국과의 교역액이 훨씬 많다. 또한 조만간 중국경제가 미국경제를 추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무섭기 때문에 미국이 강요하면 표면적으로 미국의 반중정책을 따르는 경우에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을 계속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반중정책이 현실적으로 세계에서 제대로 관철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잘못하면 미국의 세계지도력에 흠집만 내, 미국의 영향력을 빠르게 감소시킬 수 있다.

미국이 중국에 감정적인 대응을 강화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그만큼 빠르게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스스로 더욱 강해지려면 감정적인 대응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전략을 구상하여 실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서로 발전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이정덕<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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