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여러분은 안녕하셔야 됩니다
유권자 여러분은 안녕하셔야 됩니다
  • 이용섭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 승인 2021.05.06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 10은 유권자의 날이다. 유권자의 날은 유권자들에게 선거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주권의 가치를 알게 하고 유권자로서 자기 권리를 찾도록 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기념일이다. 또한 유권자의 날로부터 1주간을 유권자 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날은 194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실시된 국회의원선거일로 유권자가 처음 투표를 한 날이기도 하다.

1913.6.4. 영국의 더비 경마장에서 한 여성이 달려오는 영국 국왕 소유의 경주마에 뛰어들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여성은 에밀리 데이비슨으로 여성참정권 운동가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여성의 투표권이 없었다. 이 경마대회는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 있으며 영국 국왕이 참석하는 등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한 여성이 목숨을 던짐으로써 여성참정권운동이 더욱 활발하게 되었다.

1965.3.7. 미국의 앨라배마 주 셀마에서는 흑인들이 투표권을 요구하며 주의회 의사당이 있는 몽고메리까지 행진을 시도하였으나 경찰의 유혈진압으로 실패로 끝났다. 두 차례를 더 시도한 끝에 마틴 루터킹 목사를 비롯한 수만명의 사람들이 87㎞를 행진했다. 처음 시도한 날을‘피의 일요일’이라고 부르고 행진한 도로는 셀마 몽고메리 국립 역사로(Selma to Montgomery National Historic Trail)라고 한다.

세계사를 보면 이와 같이 국민이 주권을 갖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 두 사례만 봐도 얼마나 간절하게 원했는지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투표를 할 수 없다면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왕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왕이 주인이고 주권이 없는 백성은 피지배계급이었으며 남성이나 백인만 투표하던 시대에는 여성이나 흑인의 인권은 존중받지 못했고 비참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 이후 미 군정 통치하에서 갑자기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되었고 문맹률도 40%가 넘었다. 먹고살기 어려운 시기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선거를 왜 치르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고 주권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의사와 상관없이 그리고 아무런 희생이나 대가없이 주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막걸리 선거에서 시작된 부정선거가 고무신 선거로 확산되면서 급기야 투표함을 바꿔치기하고 불태우는 3.15 부정선거까지 이어졌고 대통령이 하야하기까지 하였다. 선거의 흑역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금품선거와 흑색선전, 지역감정으로 그 역사는 지속되었다.

세상에서 공짜가 제일 비싸다. 과거 공짜에서 시작된 역사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유권자의 날은 선거역사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반성하고 깨어나기 위해 제정된 날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깨어나지 않으면 우리는 선거라는 제도의 틀에 갇힌 피지배자가 될 수 있다.

옛날에 집에 손님이 오면 집주인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하늘을 보며 날씨를 체크한다. 정성껏 음식을 차려 손님이 맛나게 드시고 편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한다. 그뿐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집주인만이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주권을 가진 유권자다. 정치인은 잠시 내 집에 머물다 갈 손님이다. 주인이 마음가짐을 반듯하게 하고 행동을 하면 손님은 감동하고 순응할 것이다.

그릇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은 오롯이 선거에서 주인인 유권자의 몫이다.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유권자 여러분은 안녕하셔야 된다.

여러분이 안녕하셔야 선거도 정치도 안녕하고 대한민국이 안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섭<전북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