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35) 미역국 - 바가지 - 복불복
[바른 우리말 산책] (35) 미역국 - 바가지 - 복불복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1.05.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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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먹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우리나라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켰을 때, 그 ‘해산(解散)’이란 말이 아이를 낳는다는 ‘해산(解産)’과 말소리가 같아서, 해산(解産)할 때에 미역국을 먹는 풍속과 관련하여 이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은 ‘해산(解散)당했다’는 말의 은어로 사용되었다. 직장을 잃거나, 시험에 떨어진 것을 ‘해산 당한 것’과 같이 생각하여 ‘미역국 먹었다’는 말이 나왔다 한다.

 

‘바가지 쓰다’는 피해를 당하다는 뜻이다. 조선말 개화기 이후에 중국에서 ’십인계‘라는 노름이 들어왔다. 이 노름은 1에서 10까지의 숫자가 적힌 바가지를 엎어 놓은 뒤에 물주가 돈을 감춘 바가지 수가 적힌 바가지에 돈을 건 사람은 못 맞춘 사람의 돈을 모두 가지며, 손님이 못 맞출 때에는 물주가 다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바가지에 적힌 수를 맞추지 못 할 때에는 돈을 잃기 마련이어서 ‘손해 보다, 피해를 당하다’라는 뜻으로 ‘바가지 쓰다’라는 말이 생겼다.

 

‘바보’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밥+보’에서 ‘ㅂ’이 탈락 된 형태이다. ‘보’는 울보, 겁보, 느림보와 같이 체언이나 어간의 끝에 붙어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바보란 말의 원래 의미는 밥만 먹고 하릴없이 노는 사람을 가리키며, 그런 사람을 경멸하여 현재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나 멍청이를 가리키게 되었다. 같은 이치로 ‘밥통’이라는 속된 표현의 비속어를 쓰기도 한다.

 

‘복불복福不福’은 말 그대로 유복 -복 있음-과 무복 =복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이것은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로, 똑 같은 경우와 똑 같은 환경에서 있더라도 여러 사람의 운이 각각 차이가 날 때에 쓰는 말이다. ‘복걸복’이니 ‘복골복’이니 하는 것은 잘 못이다.

 

‘봉창 두드리다’에서 봉창은 방벽이나 부엌의 벽에 구멍을 내고 종이로 바른 창을 말한다. 이 창은 단순히 채광이나 환기를 위한 창이기 때문에 주로 방의 아래쪽에 내며, 여닫을 수가 없다. 잠꼬대를 하면서 이 봉창을 두드린다 해서, 상황이나 사리에 맞지 않게 엉뚱한 딴 소리를 할 때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하게 되었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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