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소통의 도구 ‘넛지(nudge)’
세상을 바꾸는 소통의 도구 ‘넛지(nudge)’
  • 김경진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1.05.03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옆구리 찔러 절 받기’라는 말이 있다. 상대는 존중할 생각이 없는데 스스로 요구해서 억지 대접을 받는 경우를 비유해서 이르는 말이다. 물론 억지 대접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주의를 환기시키거나, 부드럽게 경고하기 위해 상대방의 옆구리를 슬쩍 찌를 수도 있다.

 이 ‘슬쩍 옆구리 찌르기’는 하나의 개념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바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탈러교수가 처음 소개한 ‘넛지(nudge)’이론이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 찌르기라는 뜻으로 ‘타인에게 어떠한 선택을 유도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강제적 지시나 직접적인 부탁이 아니라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개인이 가진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 이러한 넛지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부터 공익적 목적의 활동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 ‘배달의 민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문 시 일회용품을 빼달라는 옵션을 배치해 고객의 선택을 유도한 결과 월 10억원의 절감과 환경보호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도로 위에 칠해진 ‘노면 색깔 유도선’ 또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넛지 사례다.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의 색 유도선을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게 만들어 사고도 줄이고 도로 정체를 예방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공공적 성격의 넛지는 런던에서 시작됐다. 길거리 폭동이 끊이지 않자 해결책을 고민하던 정부는 공권력 제압대신 인간의 보호본능을 이용한 변화를 모색했다. 거리에 배치하는 경찰의 수를 늘리는 대신, 지역에 사는 아기들의 얼굴을 가게 셔터에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기 얼굴 캠페인이 시작됐고 놀랍게도 이는 반사회적 범죄를 65%가량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은행에도 넛지가 적용된 사례 중 하나로 현금 인출기가 있다. 넛지가 적용되기 전 사람들은 현금인출기로 현금을 인출한 후 카드를 그대로 꽂아두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이 생기자 카드를 먼저 뽑아야만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키자 본인의 카드를 두고 가는 실수를 덜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넛지는 구체적 행동을 촉진하는 효율적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며, 모든 사람들이 유도하는 대로 선택하는 것도 아니며, 목표 달성에 실패할 확률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은 ‘인지부조화’의 존재이다. 인간은 태도와 행동의 일관성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편의에 따라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도 하고, 타인의 개입에 저항을 느끼며 본인의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넛지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과도한 규제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 스스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게 만드는 부드러운 개입은 저항과 부작용이 없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넛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하나의 도구인 셈이다. 세상을 바꾸는 소통의 도구로 넛지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사람들의 니즈와 감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공익을 높일 수 있는 넛지가 작동될 때보다 더 살기 좋은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경진<전북은행 부행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