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과 비교하고 싶은가?
아직도 남과 비교하고 싶은가?
  • 최재용 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 승인 2021.05.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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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전북도 농축산식품국장

한 달전 정부의 추경예산이 확정되었다. 더 반갑고 다행인 것은 마지막 국회단계에서 농업분야에 대한 재난지원금이 반영된 것이다. 화훼농가,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친환경농산물 생산농가, 농촌체험휴양마을 등 5개 분야의 경우 소득 감소 확인을 거쳐 제한적으로 100만원이 지원된다. 또 작년 정부의 공익형 소농직불금을 받은 영세농가들에 3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우리지역 농가에 지급될 것으로 예상하는 지원액은 총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우리 도의 경우 올해 현금으로 지급되는 직불금성 예산이 4,929억원인데, 이번 정부지원이 추가되면서 처음으로 5천억원이 넘게 되었다. 2021년은 도내 농가에 대한 현금 지원이 5천억원대가 되는 첫해로 기록될 것이다.

국가든 지역이든 예산이 편성되면 내 분야의 예산은 얼마일지가 늘 관심이다. 올해 전라북도의 농림어업 예산 투자규모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본예산 기준으로 보면 1조 2천억원이 조금 넘는다. 우리도 전체 예산의 17% 정도를 차지한다. 내 안에서의 비교가 끝나고 나면 관심은 다른 밖으로 자연스레 옮겨간다. 과연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우리는 어떤가? 남과 비교를 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 9개 광역 시도를 비교해보자. 시도에 따라 농가수나 농지 면적에 큰 차이가 나기에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우선 농업분야 예산을 농가당 평균으로 환산할 때 어느 정도인지가 그나마 합리적이다. 예컨대 우리 도의 농가수는 11만 가구정도이다. 3만 6천 가구인 제주도에서 20만 가구인 경북까지 9개 광역시도의 농가수는 차이가 많다. 거의 7배인 것이다.

우리도의 농가당 평균 예산액은 1천100만원이다. 제주도 다음으로 많다. 강원도가 900만원 정도이고, 나머지 광역도의 경우는 800만원대 수준이다. 제주도가 갖는 특이성을 고려할 때 내륙에 위치한 8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우리 전라북도가 농가 평균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 통계를 보면서 필자 스스로도 놀랐다. 지역경제 규모로 볼 때 우리는 중간 후미 어디쯤 할거야라는 막연한 짐작 속에 지내온 것이다.

그래서일까? 작년에 통계청이 발표한 농가의 순수 농업소득만을 보면 제주도 다음으로 전국 2위다. 2014년 이후 우리지역 농가의 농업소득은 연평균 6.9%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 물론 어떤 부분을 볼 때 남이 나보다 커 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그저 부분일 뿐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제 우리 농가도 든든하게 동반자 역할을 다하는 행정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밖에 나가거든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하면 좋겠다. 우리 전라북도가 농사짓고 살기 참 좋더라! 이 땅에 부러움을 잔뜩 갖도록 말이다. 자부심이 강하고 당당한 농부가 키운 농산물은 남도 더 귀한 대접을 해줄 것이다. 농산물도 그렇게 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호감도가 올라가면 새로운 청년농부들이 우리 농촌에 살고자 더 찾아 들어올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신바람을 만들면 하던 일도 더 잘 되는 법이다.

물론 행정에든, 농가에든 어떤 부족함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서로 일깨우며, 서슴없이 고치고 개선해나가는 내재적 힘을 갖고 있다. 삼락농정이라는 협력의 틀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이해, 끊임없는 논의와 설득, 신의성실 속에 이뤄지는 양보와 타협이 삼락농정의 윤활유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삼락농정은 쉽지 않다. 숨은 어려움도 의외로 많다. 그러니 다른 지역이 삼락농정을 쉽게 받아들이진 못할 것이다. 어느새 삼락농정은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된 느낌이다. 비교되지 않도록 모두 평범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번거롭게 보이는 삼락농정으로 괜히 귀찮게 될까 싶은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 알게 될 것이다. 그때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최재용 <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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