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100> 차의 길 ③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 <100> 차의 길 ③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승인 2021.05.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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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나하나 채취한 찻잎
손으로 하나하나 채취한 찻잎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찻잎이 더디게 나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농촌의 일손이 부족하여 찻잎을 따기가 어렵다고 한다. 어떤 제다인은 찻잎의 양이 많았을 때는 기계 작업을 했는데, 양이 적어 덖는 과정을 수작업으로 했다고 한다. 찻잎은 주로 4~5월에 피는 잎이 많다. 물론 여름까지 피는 경우가 있지만, 생태조건과 품종과 수확 조건에 따라 다르다. 찻잎의 성숙도가 진행됨에 따라 성분의 변화도 많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찻잎을 첫 번째로 수확해서 만든 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유숙(柳潚, 1564~1636)의 「찻잎 따는 법」이라는 시가 있다.

 

바닷가엔 장기에 걸린 사람 많으니,

요란한 진수성찬도 자랑할 게 못 되지,

술 취한 뒤 갈증을 씻으려거든,

산 가득한 찻잎을 곡우 전에 따야지.

 

장기는 축축하고 더운 땅에서 일어나는 독한 습기로 인해 걸리는 풍토병의 일종이다. 유숙은 1600년 장흥 판관이 되었는데, 지금 있는 곳이 장기 가득한 바닷가 고장이므로 산촌으로 가는 것을 서운해 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곡우 전 찻잎으로 만든 차가 숙취에 최고 임을 말하고 있다. 반드시 곡우 전에 만든 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시기를 맞춰 정성스럽게 만든 차를 말하는 것으로 예나 지금이나 차는 귀해서 제사에 올려지고, 종교의식에서는 공양물 중의 하나로 헌다(獻茶)에 이용되었다.

중국의 고서에는 차와 관련된 많은 고사가 등장한다. 다음은 보은(報恩)에 관한 것으로 동진(東晉, 317년~420년) 말 유숙경이 지은 『이원(異苑)』 에 기록된 이야기이다. 섬현 땅 진무의 처가 일찍이 혼자되어 두 명의 아들과 함께 살았다. 이들은 차를 마실 때마다 집안에 있는 무덤에 먼저 차를 올려 제사를 지냈다. 하루는 두 아들이 ‘오래된 무덤이 무엇을 알겠습니까’라며 제사를 그만두고 무덤을 헐어버리려 하였다. 어머니가 그것을 알고 말렸으며 두 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따랐다.

그날 밤 어머니의 꿈속에서 한 사람이 나타나 “내가 이 집안에 머문지 300년이 넘었다. 내 죽어 한 줌의 흙에 지나지 않으나 그대의 정성으로 차까지 흠향하였으니 어찌 잊겠는가.”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마당에 돈 10만 냥이 놓여 있었다. 이 사실을 두 아들에게 말을 하자 이들은 종전에 가졌던 마음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 후부터는 제사를 극진히 올렸다고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두 아들을 키우기가 힘들었지만 귀한 차를 조상에게 올리고, 그 어머니의 뜻에 따른 두 아들의 공경심은 보은으로 돌아왔다는 고사이다.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일듯하나, 이기심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우리에게 정성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일화이다.

촉한(蜀漢)의 유비(劉備)와 차에 얽힌 효심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젊은 날 유비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돗자리를 짜서 생계를 유지했다. 당시에 차는 귀한 것으로 귀족이나 환자가 약으로 먹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유비는 어머니에게 차를 선물하기 위해 2년간의 완초(緩草) 돗자리를 만들어 판 돈으로 황하(黃河) 나루터에서 차를 구했다는 설이다. 차와 얽힌 유비의 일화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귀한 차 맛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유비의 효심, 그 효심은 결국 장비를 만나게 되고 훗날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차는 제물로, 때론 효심 가득한 약으로 이용되었으니 그 영험함은 오늘날까지도 칭송되는 듯하다. 이렇게 귀한 차를 해마다 5월이 되면 선물로 보내는 이들이 있어 차 맛을 잊지 않고 기다린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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