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끝에서 봄날은 가고, 버려진 사물에서 울리는 멜로디…진안과 전주에서 만나는 두 가지 색깔의 전시
인생의 끝에서 봄날은 가고, 버려진 사물에서 울리는 멜로디…진안과 전주에서 만나는 두 가지 색깔의 전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4.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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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봄날은 간다 - 정순례 할머니

 전북 진안에 위치한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와 전주에 있는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에서 준비한 두 가지 색깔의 전시가 주목된다.

 5월 7일부터 30일까지 계남정미소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 ‘봄날은 간다’는 봄날은 가고 우리의 삶은 지속되고 또 누군가에 의해서 기억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전시다.

 이번 전시의 기획은 십여 년 전 불쑥 찾아온 한 중년 남자의 제안으로부터 출발했다. 당시 계남정미소는 지역 사진들을 모아 테마 별로 기획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당시 남자는 사진전시를 하는 공간인 듯 보이니 영정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냐는 뜻밖의 이야기를 건넸다. 김지연 관장은 부모 사진은 사진관에서 찍으면 될 것은 왜 찾았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부모에게 선뜻 ‘사진 찍으러 가자’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그이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이번 전시다.

 그후 김지연 관장은 동네마다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사진을 찍어준다’고 제안을 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이미 다 있구만이라’며 고개를 내 저었다. 어떻게 어렵사리 설득해 카메라 앞에까지 세우긴 세웠는데, 농번기 중 그나마 틈이 생긴 날짜는 가장 덥다는 7월 말경이었다. 옛 면사무소 방에 마련된 촬영장에는 들판에서 일하느라고 얼굴이 새까맣게 탄 모양새인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원래 찜질방용으로 지은 방은 창문도 없고 냉방시설도 없었다. 그러나 불만을 말하는 어르신은 한 분도 없이 단정한 모습을 서로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그렇게 170여 명의 어르신들 영정사진을 찍고 기왕 방문한 것, 전신사진을 찍자고 해 고운 모습으로 사진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꽃같은 봄날은 기록으로 남았다.

 김지연 관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당시 대부분 1920년대, 30년대 태어난 분들이니 이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북 진안군의 마령면과 백운면 일부 지역의 어르신과 그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한다”고 밝혔다. 계남정미소는 금·토·일요일(오전 11시~오후 6시)에 문을 연다.

김학량 - 과객,2021,한지에연필,목탄,26.5x148cm.
김학량 - 과객,2021,한지에연필,목탄,26.5x148cm.

 서학동사진관에서는 5월 5일부터 한달 동안 김학량 개인전 ‘짱돌, 살구 씨, 호미’를 선보인다.

 김학량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짱돌을 화두고 삼았다. 사람들이 취미삼아 모아들이는 수석이나 괴석 말고, 여기저기 길바닥이나 산길에 제멋대로 나뒹구는 돌, 한 주먹에 쥐어지는 막돌, 수집하거나 기념하거나 사고 팔 말한 값어치가 없는 그저 되는데로 생긴 돌, 야릇하게도 그런 돌이 자꾸 눈길에 걸리고 마음을 잡아끌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아무데서나 뒹굴고 있는 사물들을 마치 버려진 악기와 같이 보았다. 악기도, 연주자도, 악보도 다 사라지고 남은 것이라곤 저 사물, 존재의 적막함 또는 적막한 사물 그 자체 뿐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그것은 과객(過客)과도 같아서 무시해도 그만일지 모른다. 하지만 화가는 그럴싸한 수법도 없이 그럴 듯하게 해석할 요량도 없이 한지에 목탄과 연필로 쓱쓱 그리면서 은근히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그것들을 표현해 보인다. 서학동사진관은 수요일부터 토요일(오전 10시 30분~오후 6시)까지 방문하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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