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교사상가인 맹자는 사회에서 하소연할 데가 없어 공동체가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할 사람을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 불렀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이란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노인을 일컫는 말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의지할 곳이 없어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이다. 맹자는 이들을 보듬고 잘 돌보는 것이야말로 애민정치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 역시 여성과 노인, 고아, 노비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일례로 천민 계층인 여자 노비에게 100일간 출산휴가를 준다거나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기술교육을 실시하는 등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적용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의 사회복지제도를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왔다.

현 정부에서도 ‘다 함께 잘 사는 혁신적인 포용국가’를 기반으로 소외되는 사람 없이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공 이익창출을 위해 공공서비스를 혁신하는 등 사회적 가치 실현을 전제로 한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병무청에서도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병무행정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자 경제적·신체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첫째, 백혈병과 같은 악성혈액질환으로 몸이 불편한 병역의무자를 위하여 병역감면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2020년 1월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중증질환자로서 신체등급 5·6급에 해당되는 악성혈액질환 5개를 발굴하여 서류심사만으로 병역면제나 전시근로역에 편입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2020년도에는 14명의 전북지역 관할 의무자들이 병역감면을 받았다.

둘째,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중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에 대한 우선 위탁검사 실시이다. 위탁검사는 병무청 자체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기 곤란한 경우에 병무청과 협약한 외부 병원에 위탁해 검사를 받게 하는 제도이다. 이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병역의무자들을 우선하여 무료로 위탁검사를 실시함으로써 경제적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다. 2020년도 전북지역 병역의무자 중 20명은 이 제도를 통해 무료로 위탁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셋째, 전북병무청은 자체적으로 2016년도부터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병역의무자를 대상으로 도내 협약병원과 연계하여 무료치료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중위소득 100% 이하인 대상자 중에서 협약병원 내 사회복지사 상담 등을 통해 심의 후 지원대상 여부를 결정해 치료비를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기존에는 정신건강의학과만 지원하였으나 2018년도 8월부터 전 과목을 대상으로 확대 운영함에 따라 현재까지 총 30명이 혜택을 받은 바 있다.

우리 사회는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지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건강한 사람, 아픈 사람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인간군상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운명체 속에서 다 함께 잘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포용과 배려를 통한 공존과 상생이라고 생각한다.

논어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는 글귀가 있다.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자가 있다라는 말로 사람은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라는 뜻이다. 즉,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기에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포용하고 배려하여 함께 더불어 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북지방병무청 직원들은 앞으로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병역의무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배려하여 공정한 병역이행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설 것을 다짐해본다.

이영희<전북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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