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그늘에 갇힌 어린이 세상
코로나 그늘에 갇힌 어린이 세상
  • 박명애 전주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21.04.26 14:3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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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애 전주북초등학교 교장
박명애 전주북초등학교 교장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온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오월은 참 뜻깊은 달이다. 어버이와 자녀 간에, 스승과 제자 간에 사랑을 나누고, 부부는 서로를 챙기며 기념하는 달이다보니 누구에게나 행복한 달로 여겨진다. 이렇듯 계절의 여왕에 걸 맞는 5월에는 마음이 설레어 특별하게 보내고 싶고, 의미를 더하며 행복함으로 채우고 싶은 게 우리 모두의 생각일 듯하다.

 그런데 올해 5월의 풍경은 어떠한가. 작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계절의 풍미는커녕 계절을 잊고 산다. 소소한 일상이었던 봄나들이부터, 부모님 댁 방문하기 등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마당인 학교도 마음대로 갈 수가 없어 집에서 공부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또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공부하고 거리를 두고 생활하다 보니 공부는 물론 친구 사귀기 등등 어려움이 참 많다. 더군다나 급식시간에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배고품을 참고 집에 가서 식사를 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슬픈 현상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느 누구의 탓이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에게는 말할 수 없는 아픔이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확진예방을 위한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 그 이상 예측 가능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오늘도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미안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짐을 덜어 드릴 수가 없어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옛날에는 진정 몰랐었다. 지천에 흔하디흔한 물을 사먹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또 사람의 조종 없이 운전하는 무인자동차가 나올 줄은….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물을 사먹고 인공지능의 무인자동차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코로나19처럼 공상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무서운 전염병이 이렇게 빨리 유행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준비 없이 당하는 거라 당황스럽고 감염속도 또한 빨라 힘들기만 하다. 또 다른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했다하니 재앙의 파괴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안의 연속이다. 홍수가 들이닥친 집에서 바가지로 정신없이 물을 퍼내듯, 코로나 앞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 자화상들이 눈물 나게 아름답기까지 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학교 통행로에 꽃길터널을 만들었다. 데이지, 마가렛 등 알록달록 수많은 꽃들의 향연이 매일 펼쳐진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오기를 희망하며 꽃들을 심었는데 꽃들만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등교원칙이 1/3로 제한되고 거리두기 원칙을 따르다 보니 학교에서 아이들이 팔랑대며 놀이하는 모습이 사라졌다. 하교 후에는 바로 집에 가야하는 약속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분명 꽃들보다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인데 어느 누가 학교놀이터 주인공인 아이들을 떠밀었는지 참으로 야속한 날들이다.

 이렇듯 학교 풍경이 무채색 물감을 뿌린 것 마냥 건조해지고 있다. 물속의 물고기들은 절대 목이 마르지 않는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 맘껏 놀 수가 없어 목말라 하고 있다. 이렇게 목마른 아이들에게 학교의 젖줄을 대주며 목을 채울 수 있는 길은 과연 없는 것일까. 대다수의 국민들이 1년 이상 대견하게도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현실에서 그 이상 필요한 게 많다면 참으로 힘든 나날이다. 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방심은 금물이다. 좀 좋아졌다고 안심하는 것 또한 금물이다. 이것이 하루 빨리 우리 아이들을 학교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라면 나부터 지키고 또 지키련다.
 

 박명애 <전주북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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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아 2023-04-01 12:55:25
꽃도 좋고 터널도 좋은데, 외부 강사들에게 지나친 요구와 압박 하지 말아 주세요.
김성기 2021-04-28 11:59:54
아이들이 학교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는 마음이 잘 느껴지는 글이네요. 등나무 꽃 터널과 각양각색의 꽃화단으로 이루어진 길을 걸어보면서 아이들이 마스크 벗고 크게 소리내어 떠들썩하게 노는 모습이 그리워지네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교직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강수아 2021-04-27 20:29:04
저도 예쁜 꽃을 보러 학교에 자주 못 가서 아쉬워요. 콜나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코로나가 사라지면 중간놀이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 거에요.
한우리 2021-04-27 14:41:05
학교 화단을 손수 챙기시고 학교 안 작은 식물들까지 세심하게 돌보시는 교장 선생님을 많이 뵈었는데요. 아이들이 그 꽃들을 보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고 즐기길 바라셔서 그러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동입니다❤
빛나빛나 2021-04-27 09:30:54
친구들끼리 신나게 뛰놀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할 우리 아이들에게 먼 훗날 기억속에 마스크만 남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계신 교장선생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서 잘 이겨나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