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산업을 전북에서 꽃피우자
바이오헬스산업을 전북에서 꽃피우자
  •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 승인 2021.04.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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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관심이 투자자나 정책결정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십여년전부터 이 분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파마(신약)헬스케어 경제포럼을 운영하여 왔으며, 정부의 요청과 지원으로 카이스트에 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센터를 만들어 이 분야 사업과 연구와 정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주로 생명과학과 의학을 활용하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들의 이 분야에 대한 접근을 돕기 위해 필자는 전문가들과의 대화록을 모아서 ‘카이스트, 바이오헬스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엮어냈다. 이 책이 나온 뒤로 여러군데서 바이오헬스산업을 주제로 얘기해달라는 요청들이 오고 있어 인터뷰와 강연에 나름대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전북은 바이오헬스산업을 키우기에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북은 새로운 산업에 목마른 지역이다. 농업이 주산업이었던 시대에 한국의 대표적인 곡창이었던 전북지역은 60-80년대의 산업화, 90-2010년대의 정보통신혁명기를 무위로 보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지금 전북은 기존산업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 없이 신산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이는 낙후지역에 듣기 좋으라고 던지는 덕담이 아니다. 발목잡는 기존산업이 없는 것은 신산업 진출에 중요한 요소다. 한 지역의 성장은 어떤 특정한 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산업이 쇠퇴할 때 그 지역도 쇠퇴한다. 그러다가 다시 새로운 산업과 함께 성장하기도 한다.

또한 전북은 바이오헬스산업을 키우는데 필요한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을 사람들이 대개는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전북에는 예로부터 창의적인 소질이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훌륭한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려면 진취적인 기업가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북의 기업인들 중에는 고기가 물을 만나지 못해서 그렇지 역량있는 분들이 없지 않다. 전북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사업을 몇 년간 진행하면서 필자가 확인한 것은 전북기업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이 작아서 성장에 한계가 있을 뿐이다.

바이오헬스산업은 지식기반의 산업이기 때문에 연구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북출신 또는 전북의 대학에 있는 과학자들 중에 뛰어난 사람이 많다. 나이가 들면 마음이 고향으로 향하기 마련인데, 전북출신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정상급인 학자 한 사람이 얼마전 필자에게 ‘낙후된 전북을 발전시키기 위해 바이오헬스산업을 키우면 좋겠다’며 이러한 논의를 진행할 포럼이 만들어지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필자는 지역의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산업지원기관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작했는데 대부분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동안 품고 있던 생각을 적극적으로 펼쳐보이는 분들도 많았다.

다른 지역에 이미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바이오헬스 단지들이 있는데 전북지역에서 이제 시작하여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 단지들을 나라에서 오랜 기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뒷받침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으며 잘못된 방향으로 멀리 가서 고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보다 새로 시작하는 쪽이 더 성공 확률이 높을 수도 있다.

한국은 바이오헬스산업에서 앞서 있는 나라들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이 아직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을 전북지역에서 치고 나가 성공시키면, 한국의 미래먹거리 마련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의미 있는 도전에는 위험부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북이 낙후의 골짜기에서 벗어나려면 도전하는 길밖에 없다.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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