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애 개인전 ‘SuperHappy - sense’…여러 사람의 기억 속 사실과 감정을 수집
장영애 개인전 ‘SuperHappy - sense’…여러 사람의 기억 속 사실과 감정을 수집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1.04.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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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의 살갗을 맞대고, 얼굴을 맞대는 순간만큼 위로가 되는 시간이 있을까? 사람은 감각의 동물이다. 어머니의 품에 안긴 최초의 순간부터 대지의 품에 안기기까지 주체인 나와 객체인 대상 사이의 관계는 그렇게 감각과 기억의 저장으로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장영애 작가의 개인전 ‘SuperHappy - sense’가 5월 1일까지 갤러리 숨에서 열린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 앞서 여러 사람의 기억 속 사실과 감정들을 수집했다. 수집과정에서 다양한 연령대, 성별, 직업별 다른 삶 속에서 개인의 행복감, 기쁨, 성취감, 편안함 등 여러 가지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들과 마주한 것이다.

 지난 전시 ‘SuperHappy-communication’에서 소통의 의미와 매개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면, 그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이번전시는 소통의 결과로 남겨진 감각에 시선을 둔 것이다.

 감각이 소통 후의 주관적인 침전물이라면, 나와 타인이 갖는 감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너와 나의 ‘장미의 아름다움’이 언어적으로 같을 수는 있겠지만, 각자의 감각으로 남겨진 질량과 부피와 그 정도가 절대 같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공간에 들어서자, 빨간 장미꽃의 매혹적인 향기로움에 이끌렸다. 어느 틈에 나는 장미꽃 앞에 멈춰서 있었고 손을 뻗어 만지려는 순간, 아찔한 고통과 함께 붉은 피가 흘렀다.”

 장미꽃이 있는 공간에 들어간 것과 다가가 장미에 손을 뻗어 만지는 이 두 가지 행위가 장미와 나의 소통 ‘방법’이라면 향기로움과 고통스러움은 장미꽃과 나의 소통 ‘결과’다. 주체인 나는 객체인 장미와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소통 방식을 통해 상반된 결과를 만들어 냈고, 그 결과를 통해 장미꽃의 이미지를 기억 속에 ‘감각’으로 저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모든 소통이 옳지만, 소통이 끝난 후에 다음 소통도 옳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소통 후 남겨진 것이 장미의 향기인지 고통인지를 응시하고 감각하는 것은 연속된 오류를 없애고 미래 나의 태도의 방향을 결정한다. 내가 감각한 것들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무시한다면 삶이 방향을 상실한 채 표류하게 된다.

 결국 감각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만나게 하며, 이를 통해 미래의 나를 결정하여 나의 본질적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게 만들어 향기 나는 시간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장 작가는 “소통이 SuperHappy를 위한 필요 조건이라면, 감각은 소통의 연속성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이다”며 감각은 기억을 상기시키고 과거를 현재로 끌어오게 하며 미래의 나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의 또 다른 소통을 위한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길어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감각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수집하고 전시함으로써 전시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지치고 건조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고 각자의 감각을 상기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 미술학석사를 졸업했다. 전국청년작가 선정작가상(2018), 김치현청년작가상(2017), I-A-M art berlin now residency(2017), 우진청년작가(2014) 선정·수상 등의 경력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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